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9)

조경현 0 2018.11.06 15:23

 커피와 함께 

  
사실, 커피는 미국보단 한국이 더 발전한 듯 하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커피 문화는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맛, 커피 문화가 최고인데, 한국과 같은 아기자기한 커피 집을 이곳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아직도 전통적인 커피가 주류를 이룬다. 물론 스타벅스가 미국 브랜드지만, 미국인들은 가정에서, 혹은 식당에서 일반적인 커피를 즐긴다. 
  
미국에 오기 전에 나는 한국에서 나름 커피를 즐기는 편이었다. 그래서 풍미가 있는 커피가 무엇인지를 좀 알았고, 그런 집을 찾기도 하였다. 물론 시간 날 때 혹은 취미로 말이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하였다. 미국에 유학을 오기 전, 미국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커피의 맛을 잘 몰랐을 때인지라 미국 커피가 최고인 줄만 알았으나 한국의 커피 맛을 안 다음부터는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아무튼 시카고에 도착해서 나는 커피가 궁금해져서 맛 난 커피 집을 찾았으나 특별한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이곳에서 처음 커피를 만난 곳은 학교 자판기 였다. 1불만 넣으면 캡슐 커피가 나오고, 그것을 기계에 넣으면 자동적으로 커피를 축출해 주는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도 1,000원 하면 착한 가격이지만, 미국에서는 공짜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맛이 문제다. 자판기 커피는 특별한 커피의 풍미가 없었고, 그저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이었다. 다만 블랙으로 본인이 직접 축출하여 마시는 것 뿐이다. 
  
음료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더 붙이면, 미국에서의 음료는 주로 세 종류로 나누어 진다. 대학의 카페테리아를 기준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 음료는 냉수(맹물)인데, 그것보다는 탄산음료, 각종 쥬스, 그리고 커피이다. 하지만 그들(학생)이 주로 마시는 음료는 맹물 보다는 나머지 음료를 마신다. 나중에 미국 음식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있을 듯 하지만, 이곳의 음식의 맛은 한국의 맛과는 전혀 다르다. 해서 미국에 오면, 한국식 맛보다는 미국식 맛을 즐기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무튼 나는 학교 자판기 커피를 맛 본 후, 이곳의 커피를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다. 숙소에서도 커피는 흔하지 않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시려면 마켓에 가서 볶은 원두를 사서 갈아 기계로 뽑아 마시든지, 아니면 분말로 된 커피를 추출하여 마시는 방법인데, 유학생인 나에게는 사치스런 일이니까. 기회가 있으면 마시고 그렇지 않으면 마시지 못한다. 아니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커피와의 사귐의 시간이 없이 생활을 하다가 우연찮게 커피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레귤러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세금 포함 약 3-4불이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집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해서 마셨다. 결과는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미국의 커피 수준을 확인하는 실망스런 기회였다. 
  
그러다가 다운타운에 알바를 하면서 드 간 스타벅스, 역시 브랜드 였다. 가격은 역시 3-4불 정도, 그곳의 커피 맛은 일정한 품질이 있어서 한국에서의 맛과 비슷하였다. 분위기는 아침이라 그런지 생동감 넘치는 것이 맘에 들었다. 아직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아마 시장 조사를 하면 알 수 있듯 함) 한국의 커피 기술을 가지고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창업을 하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그리고 그 외에 몇 군데 커피 집을 방문하여 그곳의 커피를 마셔본 적은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 그리고 맥도널드 커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페스트 푸드 점으로 유명한 맥은 가격도 싸고, 양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잔에 1불(작은 사이즈)에 불과하니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그 커피에 맛에 중독되면 다른 커피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순전히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말이다. 
  
미국의 맥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주로 매장 밖에서 주문 판매하는 시스템이 발전한 점이다. 사람들은 바쁜 시간일 때는 밖에서 주문하여 햄버거와 커피를 사 간다. 그러나 안에 공간이 넓어 안에서 주문하여 대화하며 즐기는 이들도 제법 많지만, 주로 시간이 많은 노인들과 흑인들이다. 
  
미국의 커피는 아직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커피 수준을 얕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문화적인 전통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인들의 정서는 전통보다는 다양성과 특이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해서 한국인들은 외국의 것들을 우리의 입 맛에 맞추는 데는 탁월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퓨전 요리가 그렇다. 외국의 요리를 기본으로 하여 우리의 입 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 내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커피도 그런 예가 아닐까. 앞으로 한국의 커피 문화가 또 어떻게 변모하게 될지는 모르나 당분 간, 한국의 커피 문화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한국의 커피 수입만 보더라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냄비 문화는 위험성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것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좋은 전통 문화를 잘 유지하면서 외국의 것을 우리에게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진(시카고 동네 맥도널즈 매장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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