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나의 유학 이야기(38)

조경현 1 2019.10.14 02:24

사진(윌리엄스 타운, 컨터키, 노아의 방주 앞에서)

 

시카고의 가을 

시카고의 가을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잠시 동안의 여름이 지나면 8월 말부터 멋진 가을의 시작이다. 시카고의 여름은 짧지만 무덥기 그지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가정과 기관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내가 처음 시카고에 왔던 해, 여름은 6월은 무척 무더웠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에어컨을 산 기억이 난다. 

이곳의 여름은 미시간 호수가 있어 행운이다. 6월부터 호수에는 많은 행려객들로 붐빈다. 특히 호수는 시카고대학교를 거의 끼고 있기에 주로 학생들이 많다. 걸어서 호수까지 15분이면 닿은다. 그래서 학생들의 호수까지 조깅이나 워킹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그리고 호수에서는 수영도 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어쩌면 미시간 호수가 있어 이곳 학교에서는 더 가르치는지 모를 일이다. 

한 번은 호수에서 한 여성 노인을 만났는데(여기선 노인이라 부르면 실례, Ma’am이라 부름) 호수에서 자주 수영을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이곳에 산 지가 4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호수가 있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시카고에 사는 이들은, 특히 호수 가까이 거주하는 이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겨울에는 매섭게 부는 바람으로 인해 호수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지난 해 시카고의 가을을 경험하였다. 비록 섬머 스쿨(Summer school)로 인해 바쁜 여름을 보내고, 한국에 잠시(3주) 다녀왔지만, 다시 시카고로 돌아 왔을 땐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을 즐기기엔 최적의 시기였다. 그러나 여기 가을은 한국처럼 길지 않다. 낙엽이 바람에 떨어지기 전에 가을을 즐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쌀쌀한 날씨로 인해 금시 겨울이 다가온다.  

내가 이곳에서 즐긴 가을은 첫째는 산책이었다.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걷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 걷고 또 걸어도 즐겁고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계절을 붙잡고 싶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해에 나는 가을을 만끽하였다. 해서 55번가에서 다운타운까지 약 3시간 걷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학생이라 마냥 즐기기엔 너무 사치다. 

또 다른 두번째 즐길 거리가 있다. 그것은 여행이었다. 여행은 주로 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교회에서는 9월에 켄터키로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갔다. 우리가 간 곳은 아마도 노아의 방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은 그 지역의 기독교인들이 미국인들의 성경교육과 신앙교육을 위하여 성경에 나오는 방주를 재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창조박물관도 있어 기독교인들이 여행하기로는 참 좋은 곳이다. 그때도 타 주에서도 온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이 밖에도 스프링필드 링컨의 마을에도 다녀온 기억이 난다. 가을에는 뭐니뭐니해도 여행이 제 맛이다. 

세번째는 사진 담기와 시 짓기 좋은 계절이다. 이것은 어디 까지나 나의 취미이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사진기를 챙겨오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래서 지난 여름 내가 한국에 갔을 때 첫 번째로 사진기를 챙겨왔다. 이곳 가을에는 너무 멋진 가을 풍경이라 핸드폰 사진기보다는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가끔 이곳 주변을 걸으면서 풍경을 담아 영상으로 작업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은 시간에 쫓겨 그럴 기회가 없지만 가을이 되면 또 다시 사진 찍는 일을 해 볼 생각이다. 

취미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더 해야겠다. 척박한 이민생활에서 취미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민 온 이들은 일 하는 것 때문에 미국을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리고 한인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미국인들의 문화를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미국인, 미국문화만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터. 그러므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애써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가능하면 여행을 즐기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좀 여유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미국 경험을 할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성격적으로 소극적인 사람들은 그것도 어렵고,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미국에 머물며 공부할 계획이라면 기회가 있는 대로 여행하길 권하고 싶다. 나같은 경우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행을 자주하는 교회를 만나 지금까지 부족함이 없이 여행을 다닌다. 

미국의 가을은 땅이 넓어 각 주(state)마다 그 풍경이 다를 것이다. 예를 들면 미 남쪽은 여름만 있고, 서부는 겨울은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뉴욕과 시카고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한국인들이 살기에는 적합한 곳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내가 경험한 시카고의 가을은 참 아름답고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유학하는 것에 대해 나는 우선 하나님께 감사하고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나만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에서는 미안하기까지 하다. 

지금의 이곳은 여름에 들어섰다. 내가 여기서 가을을 한 번 더 경험 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나의 공부가 금년 8월 안에 마무리 져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계획하고 있지만 만일 좀 더 미뤄지면 원치 않게 이곳의 두 번째 가을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래도 저래도 상관은 없다. 그저 내가 해야 할 공부에 전념하다 보면 끝이 보일 게다. 할렐루야! 

 

# 시카고의 가을, 미시간 호수, 산책, 여행, 취미

Comments

조경현 2019.10.14 02:40
* 저는 지난 4월, 한국에 나와 논문(thesis-project)을 마무리하여 오늘, 학교(MTS)에 제출하였답니다. 좋은 결과 있길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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