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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14)

조경현 0 2019.02.28 10:38

잃어버린

 

누굴 탓 할 수도 없었다. 지난 1월 한국에서 시카고로 돌아 왔을 때, 난 맨붕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MacBook)때문 이었다. 당신의 은혜로 잃어버린 테이타는 찾을 수 있었으나 한 달을 잃어버렸던 것. 그 당시 그 사건과 그 감격은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를 누리기도 전, 난 시한부적 기간때문에 다시 컴퓨터 앞에서 논문과 씨름을 하고 있다. 그것은 언어적인 문제도 있지만, 녹슨 머리를 돌려 최첨단의 이론을 가지고 작업을 하자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내야 5월에 2년간 각고의 노력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요즘은 주로 집에서나 도서관에서 24시간을 보낸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Focus)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은혜(Grace)이다. 약 20년 전 박사논문을 할 때 나는 이미 이 경험을 했던 터라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안다. 

지금은 도서관(Regenstein) 가기 전에 잠시 시카고대 카페에서 아침을 하면서 그 은혜를 묵상하고 있는 중이다. 약 120년 전에 지어진 체육관 건물이 이제는 멋진 카페테리아가 되어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곳. 나 역시 이곳을 이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문득 이곳에서 당신의 은혜로 배부르고 싶은 간절함이 내 속에서 꿈틀 거리고 있다. 

컴퓨터 때문에 물리적인 한 달의 시간을 잃어버렸지만, 당신의 시간표는 한 시간이 한 달의 시간을 뛰어 넘을 수 있다. 그것을 믿기에 절망과 급함 보다는 희망과 여유를 가지고자 한다. 비록 세상적 시간에 쫓기고 있지만, 당신의 은혜와 친밀함가운데 있으면 잃어버린 한 달을 넉넉하게 찾을 수 있음을 믿는것은 난 당신의 시간표 안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_______________

* 이 사건은 내게 유학 중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분께서 결국 도와 주셨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내가 내뱆은 한 마디, "단 1%의 여지가 아직 남았다면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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