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처럼 가버린 바리톤 문형일목사
“목사님 문형일목사가 갔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올라온 부음입니다.바리톤 문형일목사사 겨울나그네를 부르면서 죽음의 나라로 멀리 떠나버렸습니다.문형일은 한국의 피셔입니다.독일인 피셔는 가곡왕 슈베르트의 주옥같은 가곡 74곡을 완창한 성악가입니다.문형일은 지난해 한국인최초로 슈베르트의 전 가곡을 완창했습니다.이번 봄 돌섬을 찾은 그는 그가 노래한 슈베르트의 가곡CD석장을 주고갔습니다.74곡이‘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래방앗간집 아가씨’ ‘백조의 노래’에 수록돼있지요.해암박형일처럼 문형일은 돌섬을 자주 찾아주는 버지니아의 신사입니다.북쪽 버지니아에 사는 해암은6시간을 달려 8년동안 6번을 찾았습니다.남쪽 버지니아의 형일은 15시간을 운전하여5번을 다녀갔습니다.형제들이지요.그런데 형일이 죽었답니다.60도 안됐는데 심장마비로 갔습니다.놀라다가 슬퍼하다가 괴로워 하다가 우리부부는 문형일이 주고간 겨울 나그네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추억에 잠깁니다.
<돌섬을 찾아온 세배꾼>
2014년 1월 2일 오전 9시였습니다. 맑은 아침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라서 만물이 새롭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우리부부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까치설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까치부부처럼.
“이런때 까치 한 마리 날라와 거실 유리창을 콕콕 찍어대면서 깍깍 울어준다면 얼마나 근사한 신년축복이 될까?”
그때 복도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침부터 누가 문을 두드리지?”
문을 열던 아내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니, 문목사님 아니오? 우리는 까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봉황이 날라왔네”
웨스트버지니아 미국감리교회에서 목회하는 문형일목사가 찾아왔습니다. 걸어서 1600리요 차로 달려 9시간입니다. 축지법을 쓰는 홍길동도 아닌데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왔을까?
“어제 초하루를 가족과 함께 쇠었어요. 하루를 끝내고 잠을 자려는데 한국에 두고온 고향생각 부모님생각에 잠이 안 오는거예요.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세배도 못드리는구나. 그러자 갑자기 미국에 세배드릴분이 계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어요. 그때가 밤 12시였습니다. ‘여보 뉴욕에 올라가 이계선목사님에게 세배드리고 내려올게’ 잠자는 아내에게 귓속말을 남기고 차를 몰았어요. 교통이 펑 뚫린 새벽길이라 좀 과속으로 달려 8시간 만에 올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자다 일어나 9시간을 달려온건 목숨건 운전입니다. 그런 세배를 내가 어떻게 받습니까? 더 놀라운건 문목사는 세시간 만 있다가 돌아가야 한답니다. 가는길은 눈보라를 뚫고 운전하기에 10시간도 더 걸립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차입니다. 88년도형 4기통 찦차이기 때문입니다. 동키호테의 애마 로시난테 보다도 더 늙었습니다. 25년된 늙은 차를 끌고 왕복 3천2백리를 자지 않고 달리다니? 그건 목숨건 세배길입니다. 그러니 내가 어찌 그 세배를 받겠습니까? 우리는 세배대신 눈물의 세배기도를 나눴습니다.
세시간후 문목사는 덜컹거리는 낡은 찦차를 끌고 떠나갔습니다. 차의 뒷모습이 눈보라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나는 그에 관한 추억을 찾아갔습니다.
20년전 퀸즈 변방 릿지우드에서 교회를 개척할 때 입니다. 단아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젊은 여인이 주일예배에 십일조 5백불을 헌금하고 갔습니다.
‘근처 친척집을 찾은 귀부인이겠지?’
다음주일에는 200불 십일조를 했습니다.
‘아직도 안 간 모양이지?‘
그런데 돌아가던 그녀가 따졌습니다.
“다른 교회는 새얼굴이 나오면 전교인이 달려들어 등록하라고 야단들인데 왜 이교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보다시피 댁같은 귀부인이 이런교회에 나오겠어요?”
“왜 어때서요? 좋기만 한데요”
등록한 그녀는 문형일의 부인 정현숙입니다. 서울대음대를 나와 동아콩쿠르에서 1등한 문형일은 뛰어난 바리톤입니다. 유학을 끝내고 미국 유럽으로 오페라공연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6개월후 주일예배시간입니다. 개회찬송 “시온의 영광”을 부르는데 우렁찬 봉황의 울음소리가 천정을 울렸습니다. 문형일이 순회공연을 끝내고 돌아온 것입니다. 어느날 그는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제가 미전역과 유럽무대에 서 봤지만 성악가들의 꿈인 맨해튼오페라좌를 정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없을까요?”
“득음(得音)해서 천상의 목소리를 받아야 합니다. 국악인이 득음하면 달빛이 조요히 흐르는 깊은 산속 계곡에서 들려오는 귀신의 호곡같은 소리를 내겠지요. 성악가들은 구름을 울리고 내려오는 천사장의 나팔소리 같은 목소리를 내구요. 자유자재로 노래하는 파파로티를 득음했다고 봐요. 나 역시 득도(得道)하려고 이런 변방에서 웅크리고 지내고 있어요”
득음을 하겠다고 문형일은 자주 안수기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 그는 설교시간이면 울기 시작했습니다. 방언기도로 몸부림치면서 밤을 새웠습니다. 성령을 받은것입니다.
“쯔쯧 나 때문에 문형일이 망했구나. 내가 언제 득음해라 했지 득령 해라했소?”
“아닙니다. 목사님, 제가 서울에서 한얼산 기도원장 이천석목사님이 목회하는 대형교회성가대를 지휘하면서도 체험 못한 성령을 받았어요.”
문형일은 뜨루신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왕복 5시간을 운전하면서 말입니다.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은 서부 버지니아 어촌마을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아담한 미국감리교회입니다. 성악과 그림같은 아름다운 목회입니다.
‘문형일이 득음에 실패하여 망하길 잘했구나.’
그런데 문형일이 죽었습니다.버지니아의 어촌교회에서 목회하다가 큰 미국교회로 옮겼습니다.성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가 없어 지난 2017년엔 한국에가서 슈베르트이 가고 74곡을 완창했습니다.금년 봄 뉴욕에 올라와 시디를 주고 갔습니다.
“목사님 저는 영원한 겨울나그네인 모양입니다.인생이 이렇게 외롭고 쓸쓸해요”
그가 가고난후 우리부부는 차를 타면 문형일이 부르는 겨울나그네를 즐겨들었습니다.그런데 지난 목요일 버지니아에서 전화가왔습니다.
“목사님 문형일목사가 겨울 나그네처럼 멀리 떠나가버렸습니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 꿈을 보았네/ 가지에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찾아온 나무 밑/ 오늘 밤도 지났네 보리수 곁으로/ 깜깜한 어둠 속에 눈 감아 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것 같이/ 동무여 여기 와서 편안히 쉬어라 편안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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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움직이게 하신 노 신사 돌섬 목사님의 귀한글
감사를 드립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계속 좋은글(감동적인)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