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이계선 목사 1 2018.06.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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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앉기전에 돌섬방문세리머니가 있습니다.거실벽에 걸려있는 공자(孔子)의 붕우가(朋友歌)를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읽어주십시오”

80노인 경산이 훈장목소리로 선창하자 일동은 학동들처럼 외쳐댔다.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불혁락호(不弈樂乎)”

“평양방문단이 김일성동상앞에서 만세 부르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네요”

누가 우스게소리로 항의하자 주인 등촌이 뜻을 풀어 인사했다.

“벗이 있어 먼곳에서 스스로 찾아오니 어찌 기쁘고 즐겁지 아니한가?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인생삼락(人生三樂)중 일락(一樂)이지요.우리가 중3때 국어책에서 배운 양주동박사의 ‘독서의 즐거움’에 나오는 구절이구요.평양방문단은 김일성동상을 찾아가 절하고 나서야 일정을 시작합니다.돌섬방문단은 논어(論語)로 공자님을 만나 고담준론을 나누고 돌섬길을 걸으니 이보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좋아요 멋져요.과연 등촌다운 발상이오”

홍일점으로 따라온 청란아씨의 촌평에 모두가 웃었다.한달전 해외기독문학동우회의 임원들이 돔섬을 찾아왔을때 있었던 해프닝이다.회장 우백황동익을 비롯 경산조의호 동월지인식 한경박문근 결제최광진 동안이종명 청란조수아등 7명이왔다.조수아집사 말고는 모두 목사님들이다.식사후에 던킨집을찾아 커피와 도너츠를 들고 바다를 걷는 보드워크로 나갔다.

“대리석을 깔아놓은듯 보드웍이 호텔길처럼 넓고 아름답군요.끝까지 걸어가면 어디서 끝나나요?”

“원래는 나무를 깔아만든 보드웍인데 쓰나미태풍에 망가져 콩크티트로 바꿨어요.30리보드웍인데 끝까지 걸어가면 서천서역국을 걸어간 삼장법사를 만날수 있겠지요”

걷기만 했는데도 즐겁다.돌섬이 원래 그런곳이다.

은퇴하여 돌섬에 온후 나는 8년동안 돌섬통신을 보내왔다,찾아주는 우정들이 있어 돌섬은 행복하다.한국 중국 호주 남미 캐나다에서도 다녀갔다.그들은 돌섬통신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겨주고 간다.서울대출신 김상옥목사는 하루밤을 묵고가면서 땡중같은 말을 흘렸다.

“내가 장공김재준박사님댁에서 잔적이 있습니다.이목사님이 사시는 원배드룸아파트의 크기,집안분위기,자유인 이목사님의 인품이 장공과 비슷해요”

그런데 한달째 돌섬통신을 못 쓰고 있다.파킨슨이 악화되어 일필휘지(一筆揮之)가 안되니 어쩔수 없다.오늘 돌섬통신은 한달넘게 걸려서 쓴 장애인의 작품이다.그래도 난 행복하다.돌섬통신을 보내지 못하자 돌섬을 찾아주는 우정들이 늘어 났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에 돌섬통신이 안 보여서 불안해요.병환이 깊어져 혹시?”

맨해튼소녀 정숙이는 월말이면 기다려지는 여인이다.착하고 예쁜데 연인이 되면 어쩌나?자주만나다보니 먼 친척 여동생처럼 돼버렸다.애정이 우정으로 변해버린것이다.사실 돌섬에 오면 남녀노소 우정이 돼 버린다.젊어서는 애정이 좋지만 늙으면 우정이 좋다.애정은 “너 혼자만이”라야 한다. 둘이되면 삼각관계가 되어 난리가 난다.우정은 많을수록 좋으니 얼마나 멋진가! 

외국인도 찾는다.프란시스코는 키가 크고 늘씬한 미인형이지만 막일을 하는 흑인여성이다.거실에 들어오더니 인테리겐차가 돼버렸다.처음 먹어보는 된장국인데 거침없이 숫갈질이다.벨사이유 궁정에서 프랑스요리를 먹듯 밥풀한알 흘리지 않는다.거실벽에 붙어있는 사진과 액자를 명화 감상하듯 눈을 감고 본다.진지해 보여 슬쩍 전과(?)를 물어봤더니 아!글쎄,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지망생 이었죠.인생이 잘못 엮기는 바람에 청소부아줌마가 됐지만...”

식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를 틀어줬다.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대니보이”.아일리쉬 쓰리테너의 데니보이가 끝나자 뒤를 이어 유명 성악가들이 연속으로 “대니보이”를 부른다.대니보이 콩쿨이다.

“프란시스코,이번에는 가장감동적인 대니보이를 들려주지요.1985년 미국 레이건대통령과 캐나다 멀로니수상이 미국과 캐나다가 만나는 나이아가라근처에서 정상회담을 했습니다.이때 양국의 정상들은 손을 마주잡고 대니보이를 불렀습니다.이걸 최고의 ”대니보이“로 치지요.레이건대통령과 멀러니수상은 둘다 대니보이의 나라 아일리시후손들입니다.유럽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는 영국의 끝없는 박해를 받아오면서도 굽히지 않았습니다.대니보이를 부르면서 싸웠어요.자유를 찾아 미국과 캐나다로 이민탈출을 합니다.놀랍게도 아일리시이민자의 아들가운데 미국대통령과 캐나다수상이 같은 시기에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그게 미국레이건대통령과 캐나다멀러니수상입니다.그래서 고향의 노래 대니보이를 부르면서 얼싸안고 울었습니다.대니보이는 우리이민자들이 불러야할 노래이지요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이 됐으니 흑인들의 꿈은 이뤄졌어요.먼 훗날 우리 대한의 후손들이 미국대통령이 되고 캐나다수상이 되는날 우리는 아리랑을 부를겁니다.아직은 대니보이를 들어야 하지만...

내가 입속으로 응얼거리자 그녀가 따라불렀다.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side;/The summer's gone, and all the leeds are falling,/It's you, it's you must go, Oh, and I must bide. 

<아!목동들의 피리소리/산골짝마다 울려퍼지고/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고/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돌섬을 다녀가는 뒷모습을 볼적마다 마음이 쓸쓸하다.망부석을 세우자.그망부석이 공자의 붕우가를 담은 액자다.서예가송영호선생이 액자에 붕우가를 담아 보내왔다.평양방문단은 김일성동상에 절하지만 돌섬방문단은 액자앞에서 당당하게 공자의 붕우가를 읊는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Comments

락클랸드 2018.06.19 15:33
현재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치유하시는
돌섬지기 목사님!
늘 강건하시고 계속 좋은글 읽을수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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