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호수(Michigan)
미국 시카고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호수였다. 바로 미시간.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호수가 한반도 면적보다 더 크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 호수를 바라보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그 크기가 엄청나다. 사실 이 호수에 대한 나의 기억은 기회만 있으면 호수와 데이트를 했다는 것이다. 시카고에 도착하여 두 달 정도는 아침 저녁으로 산책 겸 호수에 나가 매일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진은 지금 나의 밴드에서 잠자고 있다.
시카고에 오기 전에 미시간 호수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적은 없었던 터라 매우 궁금하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사진으로는 봤지만 말이다. 그래서 시카고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간 곳이 바로 호수였다. 그날 바람은 엄청 심하게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호수와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어쩌면 미국에 도착했을 때, 호수가 날 가장 먼저 환영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던 이곳 시카고, 한국에서는 집 밖에만 나가면 한국인,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아는 척도, 말을 걸어 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참 우울하였다. 그리고 첫째 아들이 미국에서 약 10년 동안 공부했을 때 바로 그 상황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찡 하였다.
아무튼 나는 이른 아침, 아직 바깥 날씨가 차가웠기에 중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그리고 겨울 날씨라 산책하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다만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만이 약간씩 눈에 띄었다. 지금도 참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미국인들은 사람들을 보면, 거의 ‘굳모닝’ 이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저 지나치지만 말이다.
인사하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해야겠다. 어느 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식당 앞에 노숙자가 구걸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노숙자들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기 했지만, 이곳도 사람들 사는 곳이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노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정부에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 치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식당 밖으로 나오는 나를 향하여 노숙자가 ‘커피 한 잔 할 수 있도록 돈 좀 주세요?’라 하지 않은가. 잔돈이 없어 ‘미안합니다’라 하니까, 그 분이 나에게 ‘하나님이 당신을 축복합니다’라 인사를 하는 것이 참 신기하였다. 미국에서의 인사는 물론 습관적이겠지만, 아침에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묘약인 듯 하다.
다시 호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 나는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호수로 나가는 길을 몰랐다. 우리에게 효자같은 핸드폰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길 안내를 받아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기온은 영하이고, 바람은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속으로 후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미시간 호수를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비명이라, 그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나갔고, 드디어 호수를 만났다.
그때의 내 마음은 얼마나 상쾌 했는지, 내 입에서 찬송이 절로 나왔다. 먼저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호수에 자리한 멋진 한 건물이었고, 즉시 그 건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호수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호수를 즐겼다.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은 호수에서 시카고 다운타운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다운타운은, 환상 그 자체였으며, 그때 그곳이 내겐 한 꿈이 되었다. 그것은 ‘언젠가 그 다운타운을 만나리라’ 였다. 그 후 어느 날, 다운타운을 만났을 때, 나는 꿈꾸는 것같이 즐겁고 행복했었다.
그날, 난 호수와의 만남을 즐기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가 과연 미국에 왔구나,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과연 그 일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속으로 대답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1층 로비에 앉아 시 한 편을 짖는 것이었다. 이후에 그것이 내겐 습관처럼 되었지만 말이다. 그 시들은 내 밴드에서 찾으면 즉시 찾을 수 있을 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호수와의 만남은 극적이었고, 호수로 인해 시카고에서 적응하는 것은 보다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내게 날마다 호수를 찾을 때, 호수는 한 번도 날 거절하지 않고 받아 주었고, 그리고 여러 가지 통찰력을 덤으로 주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클래스(Class)에서 기도문을 발표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호수와의 만남에서 찍어 두었던 나무를 주제로 시를 썼었는데, 그것을 좀 더 다듬어 발표한 적도 있었다.
호수는 그렇게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동양에서 온 늙수구레한 사람을 다독거려 주면서 위로해 주었던 것이다. 아마도 미시간 호수는 나의 시카고 여행(유학) 중 잊을 수 없는 친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카톨릭신학교(CTU)숙소에서 재정적인 이유로 그곳에서 약 2키로 떨어진 루터란 하우징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호수와도 작별을 하게 되었다. 떠나는 날 호수에 나가 작별 인사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고, 이후로는 호수를 만날 기회를 자주 갖지 못했으나 그래도 기회가 있으면 호수를 만나러 가기도 하였다.
호수는 나의 시카고 여행 중에 가장 처음으로 만난 친구이며, 우정이며, 나의 삶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이야기의 조연이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가끔 호수가 그리울 것이다. 호수는 언제든지 날 받아주고, 품어 주었고, 말을 들어 주었던 보이지 않았던 참 친절한 나의 친구였으니까.
아직 확정되진 않았죠. 숙소를 알아보는 가운데 있답니다. 숙소만 확답이 오면 비행기 티켓을 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전에 정관호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는 뉴욕만나교회에서 있을 목회자 세미나에 취재를 갑니다.
오후에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