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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28)

조경현 0 2019.07.19 21:20

사진(나의 classmates)

 

 

 

봄학기(Spring Semester)

시카고에 와서 두 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아직 봄이라 하긴 쌀쌀하지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작년 이곳에 와서 첫 학기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내가 처음 시카고에 왔을 때 누군가 내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목사님, 1년은 천천히 가지만, 1년이 지나면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알 겁니다.”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아마도 처음 한 해는 적응 기간이라서 그럴 것이다. 

첫 번째 봄 학기와는 달리 두 번째 학기는 좀 여유가 있었다. 교실 안 수업(Class)도 그리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영어 문제가 해결 되었다기 보다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감 잡았기 때문일 게다. 

이번 봄 학기는 총 3과목(풀타임 학생들이 들어야 할 과목), 하나는 Core2이고 다른 두 과목은 목회 돌봄(Pastoral Care)에 관한 것. 사실 내가 한국에서 이런 과목에 대한 기본은 공부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목회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신학이나 목회에 대한 초보자는 어려울 거지만 내겐 할 수 있는 내용. 그러나 영어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고,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이 내게 좀 벅찬 것이었다. 허나, 따지고 보면 그것도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특별한 긴장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봄 학기가 1월에 시작되었으니 시카고의 1월은 여전히 겨슬이 매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때.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과 때론 눈발이 내릴 때가 있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따듯하게 편히 잠잘 곳이 있다는 것, 밥을 먹을 시카고대학교 카페테리아가 가까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벗들이 있다는 것 등 모두 감사한 일이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한 번은 엄청 많은 눈이 내린 때가 있었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눈을 본 것은 이곳에서 처음 이리라. 그런데 이곳에 6-7년 전에 유학 온 어느 한국 학생은 몇 년 전, 눈이 허리까지 내렸다고 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바람까지 내리는 날에는 그 체감온도가 엄청 내려 간다. 그러나 집 안은 따듯하다. 학교 하우징에서 충분한 난방을 해 주기 때문이다. 

이번 봄 학기의 핵심은 Core2이었다. 이 과목은 논문을 준비하는 일정의 프로포잘(Proposal) 준비기간이다. 듣는 소문으로 이 학교는 상당히 아카데믹한 논문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이유는 학생들이 풀타임(Full-Time)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서 한 학기 내내 앞으로 쓸 논문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보낸다. 논문의 주제를 잡고, 논지를 정하고,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에 대한 주석을 달고, 게다가 논문을 쓰기 위한 여러 행정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것.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러나 교수가 지도하는 대로 따라 가기만 하면 논문을 쓰는데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해서 지금은 거의 논문 프로포잘이 거의 마무리 돼 다음주에는 디펜스 미팅(Defense Meeting)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학기에는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 미얀마에서 온 리안(Lian)이다. 그는 40대 중반의 젊은이다. 그리고 장로교 목사이다. 그는 이미 루터란(LSTC)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와 같은 과정( E.DMin)에서 공부하는 똑똑한 학생 임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눈치도 어찌나 빠른지. 그런데 작년 12월에서 미얀마에 있는 자기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다녀온 적이 있었다. 미얀마는 한국보다는 경제 수준이 많이 떨어지기에 1불도 매우 큰 돈이라 한다. 그런 그가 이곳에서 공부 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용케 해 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물론 학교에서 틈틈이 일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와 이번 봄 학기는 단짝처럼 학교를 오고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 나의 추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그는 어느 날 나에게 졸업을 하고 한국에 가면, 미얀마에 와서 자기를 좀 도와 달라는 요청도 하였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직 성장하지 못한 자기 나라 교회를 좀 도와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였다. 

이제 이번 학기도 한 주 남기고 있다. 이 학기가 마치면 나는 이제 박사과정 후보생(Candidate)이 되는 것.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함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내게 남는 과제는 논문을 쓰는 것, 논문에 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어떻게 전개될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 8월까지 이론적인 내용을 이곳에서 기록하고, 실제적인 조사에 대해선 한국에 나가서 쓰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이곳에서의 지난 세월이 내 뇌리를 스친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물 설었는데, 어느덧 코스 웍(Course work)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니 꿈길만 같다. 가끔 한국의 벗들이 어떻게 지내냐고 걱정스런 말을 건널 때는 “생존 본능”이라고 동문서답을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당신의 은혜였음을 고백케 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스치는 교훈은 나이가 들면서 꿈을 꾸며 살아야 하고, 그 꿈을 위해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줄어들고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포기치 말고 기도하며 도전하면 못 오를 산이 없을 것이리라. 아직 올라야 할 산이 남았지만, 오르다 보면 어느 덧 목적하는 그곳에 있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다음 주는 코스 웍을 마친 기념으로 외식이나 할까?

 

keywords/ 학기, 프로포잘, 디펜스 미팅, 박사과정 후보생 등

 

*이곳의 E. DMin과정은 주로 학생들이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공부하는데, 거의 반반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학기는 봄학기와 가을학기(약 1년 6월이면 과정 마침)로 나누어져 있다. 학비는 맥코믹의 경우, 전체 과정 1만불 정도. 일시불로 내면 8천불. 

별도의 비용은 없다. 그러나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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