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cCaw Memorial Hall 전면부분)
McCaw Memorial Hall
시카고는 건축물로도 유명한 도시로서 이곳에 건축 관람 여행객들도 종종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시카고 다운타운에는 오래되고 의미 있는 건축물들이 즐비 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난 그 부분에서는 무지하기 때문에 특별한 언급을 할 순 없지만, McCaw에 대해선 몇 가지 적어 두고 싶다.
난 기회만 있으면 기독교적 역사적 장소를 종종 방문하였다. 예를 들면, 19세기 전환기 무디(D.L.Moody)와 관련된 교회와 신학교, 빌리 그래함과 관련된 휘튼대학, 그리고 시카고에서 오래된 교회 등이다. 물론 아직 교회 쪽으론 방문치 못했으나 기회를 얻어 방문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미정이다. 다만 시카고 지역에 제4장로교회는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핸콕 빌딩 바로 앞에 있는데, 교회 규모가 이곳에선 제법 크다. 그리고 시내 한 복판에 있기에 관광객들도 많이 들리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시카고 다운타운이 유명하지만 나는 유학 초기에 많이 갔었고, 지금은 그곳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이유는 우선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기에 차를 가지고 가면 스트레스를 받고, 또한 나같은 유학생들에겐 별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 이냐면 그 도시의 분위기가 단순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 하지만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곳이 많다.
McCaw는 일리노이 북동쪽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소속의 낡은 체육시설이다. 그 설립 년도는 1952년 이다. 그때 그 시절에는 규모가 엄청 난 것이었을 게다. 내가 사는 곳에도 1937년에 설립된 실내 체육시설(Henry Crown Field House)이 있는데, 그 안에 필드 트랙까지 있을 정도니까 엄청난 크기다. 그 당시 그런 건물을 지었다고 생각하니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McCaw는 그 이후에 지어졌지만, 실내 농구장이 있어 대학팀 농구 시합은 주로 이곳에서 하는 듯하다.
아무튼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건물 안에서 1954년 WCC대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이 대회는 세계종교협의회로서 매년 정기적이진 않지만 일정한 해 열리는 대회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돌아가며 개최된다. 몇 년 전에는 부산(2013년, 벡스코)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이 대회에서 다루는 의제는 전 세계 종교인들의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건강한 생태적 삶을 위한 고민들을 나눈다.
일리노이 에반스톤 대회 기간은 1954. 8. 15-31, 의제는 ‘그리스도, 세상의 희망’ 이었고, 바로 에반스톤, 이 건물에서 열렸던 것. 이때 우리 나라 대표로 세 사람이 참석했는데, 명신홍, 김현정, 그리고 유호준(옵저버)였다. 그런데 이 대회 이후, 한국장로교회에서는 의제 내용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었고, 이 대회의 신학적 입장이 다르므로 1959년 합동과 통합 분열의 내적인 동인이 되었다. 하지만, 학자들은 분열의 원인을 내적인 것 보다는 외적인 데서 찾고자 한다. 해서 지금은 한국 장로교회의 양대 두 교단이 분열된 지 약 60년 되었다.
이처럼 이 대회는 한국 장로교회의 분열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나는 이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그 장소가 어딘지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우선 노스웨스턴대학교 부근의 오래된 교회를 방문해서 그때의 역사를 회상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보았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그때 그 대회의 전단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확인한 곳이 바로 McCaw였다.
나는 어느 날 그 장소를 찾았다. 그 건물 가까이 갔을 때는 뭔가 이상 야릇한 전율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건물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리모델링 하고 있는 중이지만, 건물의 앞부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그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 그때는 비행기가 운행되었을 때였으니까. 대표들은 배가 아닌 비행기로 시카고까지 왔을 것이고, 공항에서 버스나 전철로 혹은 이곳에 한인들의 도움으로 시카고 다운타운에 숙소를 잡았을 것이다. 때는 아마 무더운 여름이 지난 가을 바람이 서서히 부는 계절.
그때는 이민이 그리 많은 시절은 아니었을 것이다. 필자가 듣기로는 1960년(1965년 케네디 이민법 발령) 이후부터 서독으로 갔던 광부나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는 이곳에 유학 온 한국인들이 좀 있을 테고, 그리고 소수의 한인들이 살았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한인들이 처음 정착한 클락(clark) 거리도 거닐면서 그 흔적들을 찾고 싶은 생각이 있다. 아무튼 대표들은 그렇게 시카고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대표들은 이미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기 때문에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1954년 8월 15일부터 시작된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가용으로 이동하였고, 바로 그 건물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수 많은 참석자들의 환영을 받았을 게다. 그리고 그 날부터 보름 동안 그 안에서 회의와 교제, 예배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장소, 같은 의제, 같은 모임에 있었지만, 그 반응은 각각 달랐으니 신학적 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들이 모든 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물론 신학적 반응도, 그들이 한국 장로교회에 소개한 내용도, 그리고 WCC대회도, 다 중요하겠지만 그들이 보름 동안 함께 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사람들은 동시대에 살았지만 동일할 순 없다. 생각도, 문화도, 사상도, 이념도, 신학도, 다 다르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자세가 아닌가. ‘코람데오’. 지금 우리는 혼란한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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