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인트 루이스 아치 타워)
세인트 루이스의 추억
시카고에 유학 와서 감사할 것들이 참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좋은 교회를 만났다는 것. 비록 노인들 중심의 작은 교회이지만 여러 가지 유익한 점들이 참 많다. 예를 들면, 일 주일에 한 번 이지만 참 의미 있는 예배를 드리는 것, 처음 이곳에서 정착할 때 김 집사님이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 준 것, 몇 안되는 교인들이지만 서로 신뢰하고 아껴주는 것, 이곳에 병원, 요양시설을 견학하는 것, 그리고 가장 즐거운 일은 한 달에 한 번 여행 가는 것. 이 여행은 나의 유학 생활에 어떤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였다.
우리 교회는 한미 상록회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상록회는 시카고 로랜스에 위치한 시니어 단체로서 그 역사가 약 50년 이상 되었다. 미션사랑방교회는 바로 이곳에서 2016년 11월에 창립되어 이제 1년 갓 넘은 어린 교회이다. 하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교회는 시카고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 박미섭 목사님을 중심으로 설립되었고, 난 2017년 2월부터 함께 했다.
미션사랑방교회는 비록 작은 교회이지만, 그 비전은 대단하다. 시카고 지역에서 65세 이상 넘으신 분들의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이 분들을 영적,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으로 섬기는 곳이다. 그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교회를 만나게 하고, 예배하게 하고, 그래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 천국에 입성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예배 인원은 적지만, 예배 후에는 맥도널즈에 가서 전도도 하고, 주변의 병원, 요양시설을 방문하여 몸이 아프신 어르신들을 격려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세인트 루이스(St. Louis)로 여행 간 것도 그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여행 일행은 보통 10여명 정도 된다. 왜냐하면 벤(14인승)을 빌리기에 그 차의 탑승 인원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 잘 아시다시피 세인트 루이스는 미주리(Missouri)에 있다. 시카고에서 그곳까지는 약 4-5시간 정도 걸린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가야 점심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서 보통은 아침 8시 정도에 출발. 여행은 늘 즐겁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세 가지 취미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첫째는 맛있는 음식(food)을 찾아 먹는 것, 둘째는 노래(song)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것, 셋째는 이곳저곳 여행(trip)을 다니는 것.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건강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치 못하면 무엇 하랴. 그러므로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미국에 거주하는 노인 분들은 어느 정도의 캐쉬(cash)는 가지고 있음).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건강한 편에 속하신 분들이다.
우리 일행이 제일 먼저, 세인트 루이스로 가면서 잠시 들린 곳은 초대형 십자가 정원이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곳은 교통의 요지인데, 누군가 예수의 십자가를 선전하기 위해 후원을 받아 이곳에 대형 십자가를 세웠다는 것. 그곳에 들러 우리는 그 십자가 앞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사진도 찍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리고 간 곳이 바로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 콜로라도 스프링)이었다. 이곳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멋진 바위들이 마치 신들의 식탁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즐거운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시 길을 떠났다.
우리가 여행 갈 때는 보통 외식(eat out)을 한다. 부페 식당에서 말이다. 가장 편리하고 가격이 착하기 때문(?)이다. 이 날도 우리는 가면서 어느 부페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차 안에서는 노래와 함께 즐거운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덧 숙소에 도착.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적한 마을 호텔이었다.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우리는 저녁을 준비했는데, 삽겹살 구이.
우리는 호텔 안에서는 고기 냄새를 풍길 수 없어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고기를 굽고 맛나게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야외에만 나가면 내가 특강(한국 초기교회의 역사)을 하는데, 그렇게 특강 시간을 갖은 후 자리를 정리하는데 아뿔사! 우리가 앉았던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들이 득실 득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곳에서 그눔들과 저녁 만찬을 즐겼던 것이다. 혹시라도 짐 안에 그눔 들이 붙어 있을까 봐 물건들을 샅샅이 털러 버리고 호텔 안으로 입실. 그렇게 그 날 밤은 깊어 갔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아침에 예배를 드리고, 간 곳이 바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세인트 루이스 아치 타워(Arch Tower)이다.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우리 일행도 그 틈에 끼어 그 탑에 오르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안에만 구경하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오래된 여행지, 옛 시청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또 주변에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 봤는데, 오해된 교회(혹은 성당)였는데, 그 안에는 황금으로 칠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이제는 시카고로 돌아가야 할 때. 그리고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 주변에 식당을 찾았는데, 역시 부페 식당. 그곳은 미국식 고기가 유명한 골든 코랄(Golden Corral) 레스토랑. 그곳에서 일행은 스테이크로 속을 든든히 채우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운전하시는 김 집사님이 무탈하게 운전을 해야하는 것. 집사님은 운전에는 남다른 소질이 있으시다. 군대 시절에 운전병이었는데, 즐기며 하니 걱정이 없다.
1박 2일의 여행을 모두 마치고 귀가하는 길은 약간은 섭섭하지만, 신나는 길. 사람이 그러찮은가. 집을 떠날 때는 시원한데, 막상 떠나 있으면 또 돌아가고 싶은 심리. 돌아가는 길도 역시 즐거웠다. 노래를 하며 서로 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을 반추하며 가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벌써 시카고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동지들이 된 기분. 그렇게 여행의 막을 내렸다. 여행이란 나 홀로 할 때도 있지만, 함께 해서 좋은 것이다. 함께 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것. 그래서 여행은 나눔(sharing)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마음이 하나되고, 뜻이 하나되면 아무리 고된 일정이라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나누어지고, 뜻이 다르면 고행이다. 인생이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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