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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학 이야기(13)

조경현 0 2019.02.25 20:22

Henry Crown Field House 

시카고에서 나는 공부 하는데 어려움은 그리 많진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 꼽는다면 먹는 것과 운동이다. 먹는 것은 학교 카페테리아를 이용하는 법을 알아서 지금은 괜찮고,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다. 먹긴 먹어야 하는데,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미국 마켓에서 적당한 음식; 빵이나 우유, 시리얼, 과일 등으로 생존을 하려고 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몸에 이상 증상(붉은 반점)까지 나타났으니, 그러나 이제는 적절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건강이었다. 어느 날부터 왼쪽 어깨에 통증이 왔다. 처음에는 그려느니 하고 넘기려 했으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이었다. 사실은 한국에서도 같은 부분의 통증 때문에 한의원을 두 어 달 다니면서 치료한 적이 있어, 혹이 재발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찌 할 수 없어 운동 하기로 결정하였다. 

헨리 크라운을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4월이었다. 그때 나는 맥코믹 근처로 이사 후 적절한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걷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호수까지 걷곤 하였다. 그것도 나름 운동의 효과가 있어 좋았다. 하지만 날씨가 궂을 때는 그것도 하기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해서 택한 것이 시카고대학교 실내 운동 시설이었다. 헨리 크라운은 1930년대 세워진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필드와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들이 전부 있었고, 또한 샤워 시설도 잘 갖추어진 곳이다. 

이곳의 사용료는 한 달에 당시 15불이었으나 요즘은 17불을 받는데, 거의 무료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시카고대학교 관련된 학생, 교수, 직원 뿐만 아니라 신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나에겐 행운인 셈이었다. 해서 두 달을 끊어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냈 수 있어 그때는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2018년 들어 운동을 거의 할 수 없었고, 게으름 탓이겠지만, 몸의 신호를 간과할 수 없었다. 

결국 다시 3월부터 운동을 하기로 맘 먹고 3개월 치 등록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작년 성탄절에 둘째가 선물로 신발과 자켓을 보내왔는데, 그것도 또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간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둘째는 가끔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내게 하곤 했었고, 운동화를 선물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리 크라운은 커다란 건물 안에 1층은 웨이트 트레이닝, 작은 공간, 그리고 각종 타는 기구,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2층은 트랙이 있어 달리기 하는데 최적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중간에 샤워시설이 있어, 운동 후 몸을 씻을 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운동을 맘껏 즐기기엔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하는 운동의 절차는 우선, 간단하게 몸을 풀고, 실은 풀지도 않지만, 흉내만 내고 간단하게 뛰는 기구를 탄다. 약 30-40분 정도  페달을 밟으면 약간의 땀이 난다. 그것은 어느 정도 몸이 풀렸다는 신호인 셈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서 어깨에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기구를 잡아 당기는데, 약 10-15분 정도 하면 어깨 근육이 풀리면서 몸에 활력을 준다. 그리고 좀 더 걷는데, 전체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한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운동을 마무리 한다. 

지금은 어깨의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고, 잠 자는 데는 지장이 없다. 아마도 운동 부족이 어깨 통증을 유발했음이 분명하다. 사실 젊었을 때도 운동이 부족하면 배가 나오고, 몸이 근질근질한데, 50대 중반을 넘겼으니 운동이 아니면 이 체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해서 나이가 들면서 관절과 근육이 굳기 전에  적당한, 그리고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좋을 듯 하다. 물론 마음의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헨리 크라운은 내가 이곳에서 만난 나에게 유익한 것 가운데 하나 임이 틀림없다. 만일 이 시설을 만나지 못했다면 겨울에는 차가운 거리를 걸었을 것이고, 봄과 가을에는 집 밖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방법으로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하긴 했겠지만 말이다. 물론 시카고대학교의 또 다른 운동시설이 있지만, 야외에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진 않다. 

요즘은 공부와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그리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전형적인 3월의 초봄. 이런 날씨가  5월까지는 쭉 이어 질 테니 내가 살기엔 최적이 계절이다. 이맘 때 한국은 봄 꽃들이 나오는 때이다. 개나리, 목련, 매화, 그리고 봄의 전령사인 벚꽃.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 어떤 젊은 가수가 부르는 벚꽃 노래를 들으면 맘이 설렌다. 아마 이곳에서는 즐길 수 없을 테지만, 이곳에서 건강을 잘 관리하여 내년에는 한국의 봄을 맘껏 즐기길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아름다운 봄이여! 내년에는 우리 반갑게 계절의 여왕인 봄을 즐겨 보자. 

 

사진(시카고대 체육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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