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사막은 은혜의 땅 19

김태훈 목사 0 2017.01.17 03:33

한국에 나가서 돈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고 이민 수속을 시작한 것은 하나님 앞에 서 명백히 죄를 범한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며 통사정을 했다. 이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지겹고 나도 좀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하나님 앞에서 불의를 가지고 그것을 용납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고통이 쌓여 갔다. 한국에서는 왜 빨리 이민 수속에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지 않느냐고 매일 독촉을 해 왔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그냥 차일피일 핑계를 대면서 마음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민 서류 보내는 일을 미루기만 했다. 그러면서 수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 후에 한국에서 소포 뭉치가 도착했다. 여자 쪽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다른 파트너(?)를 찾았으니 나와는 이혼 수속을 빨리 진행시킬 수 있도록 서류에 도장을 찍어 보내 달라는 편지와 함께 말이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 돌려보낸 후에 마음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그동안 위장 결혼 문제로 나의 양심을 찍어 누르고 있던 죄의식이 사라지고 이제는 다시 성령과 교통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님, 참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멍청한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그때 나는 아직 20대의 나이였는데, 호적상으로는 벌써 세 번이나 이혼한 보기 드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내가 하나님 앞에 서원한 작은 봉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강대상 꽃 봉사 였다. 당시 나는 적은 수입에 아파트비를 내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이 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에 잠잘 곳이 없어서 노숙자 신세로까지 전락했었던 나의 모습을 기억해 볼 때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충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감사의 마음을 하나님께 작은 정성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시작한 봉사가 주일 강단 꽃 당번이었다. 작은 개척 교회에서 누구 하나 주일 강단을 꾸미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그 일을 맡겨 주셔서 기쁨으로 매주일 감당하게 하셨다. 토요일 아침이면 도매시장에 가서 꽃 장식에 사용할 꽃을 구입해서 교회 강단에 장식을 했다. 장식을 마치고 나면 일주일 동안 때 묻고 사회생활에 찌들었던 몸과 영혼이 다 씻김을 받고 꽃처럼 아름답게 변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꽃을 어떻게 장식하는 줄 몰라서 그냥 눈에 좋은 대로 이리 저리 꽂으면서 엉성하게 장식을 하곤 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꽃꽂이에도 일가견이 생겨서 주일 꽃 장식을 마치고 나면 여러 성도들이 마치 전문가가 해 놓은 것같이 아름답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작은 부분으로나마 나의 마음과 정성을 드려서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뻤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느낌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 줄을 그때까지 깨 닫지 못했다. 
  
직장 동료 가운데 한국에 부인을 두고 먼저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왔다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를 전도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기를 가로막고 있는 '불륜'이라는 큰 벽이 놓여 있었다. 나이도 나와 동갑이었던 그는 해서는 안 되는 외도를 하면서 한국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거의 매일 술독에 빠져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령님께서 나의 마음 가운데 그 친구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강한 감동을 주셨다. 물론 그 사이에도 전도를 위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던 적은 있었지만 그 친구 형편 도 있고 해서 그렇게 강압적으로 권유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그 친구에게 또 다른 마음의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너무도 인간적인 발상이었다. 모든 일에 능통하신 하나님께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현실에 적응하는 데는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불편한 느낌 때문에 그 친구를 강권적으로 주님 앞에 인도하는 일을 계속 보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규야,우리 이제부터라도 예수 잘 믿고 신앙생활 같이 한 번 잘 해 보자." 
  
"또 그 얘기냐. 제발 집어치워라." 
  
"그리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동거 생활은 청산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그 이야기가 나오자 그 친구는 곧바로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말했다. 
  
"너는 속사정도 모르면서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지 마라." 
  
"절대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예수님이 나를 일방적으로 사랑하시는 것처럼 나도 너를 친구로서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영혼을 위해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말문을 열어 놓고 나는 곧바로 그 친구의 손을 잡고 큰 목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얼떨결에 잡힌 손을 잡아 빼려고 움츠리기도 했으나 조금 지나자 그대로 손을 내게 맡겨놓은 채 내 기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친구 정규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시간에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친구의 삶을 형통케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비록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그렇게 무의미하게 살다가 가는 아침 이슬과 같이 허무한 것이지만, 예수님을 알게 하시고 예수님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맛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이 시간에 친구 정규를 위해 기도하오니 하나님의 영을 넘치게 부어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어떤 잘못된 행실이 있었다면 회개하고 돌아올 수 있게 길을 열어 주시옵고 또한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아 할 것인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밝히 보여주시옵소서. 우리들은 너무도 부족하지만 하나님은 강하고 위대하신 분이십니다. 우리 영혼을 들어 당신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얼마 동안을 그렇게 기도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기도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정규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마음에 덮여 있던 죄의 흔적들이 기도하는 가운데 드러나며 성령님께서 씻어주시고 치유하고 계셨던 것 이었다. 성령님의 놀라운 역사였다. 
  
나는 그날 성령님께서 왜 내게 정규를 다시 전도하라는 강한 감동을 주셨는지 그렇게 함께 기도하고 난 다음에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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