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나의 유학 이야기(8)

Khcho 2 2018.10.16 11:26

 마켓을 찾아서 


객지에 나오면 우선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게 있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낯선 외국에 오면 음식이 잘 맞지 않았던 선 이해가 내게 있었고, 또한 내가 머무는 곳에서는 한국 음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 주변을 살펴보니 한국음식 마켓이 없었다. 그렇다고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는 것은 생각 치도 않았다. 왜냐하면, 학교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만큼 경제적 여유도 없었고, 가급적이면 직접 조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직접 요리할까 해서 일단, 주변의 마켓을 찾아 보았다. 크게 두 군데 있었다. 한 군데는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다른 한 곳은 거리 적으로 좀 떨어져 있지만, 그곳의 음식물이 좀 저렴하다는 정보를 듣고, 우선 그곳을 탐색하러 갔다. 

걸어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마켓이 있었는데, 그 거리가 멀지 않았고, 운동 삼아 갈 수 있어 좋았다. 마켓에 들어가니 그곳은 주로 야채 중심의 마켓으로서 야채 냄새와 어울려져 나는 냄새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여기 저기 둘러 보니 무엇을 사야할 지 결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손 쉽게 먹을 수 있는 빵과 크림, 그리고 바나나 한 송이 사서 돌아왔다.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맛도 모르고 해서 조금 쌌다. 

돌아오는 길은 더 짧게 느껴졌다. 숙소에 돌아와 우선, 저녁 시간이 되어 빵을 맛보았다. 나에겐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언젠가 눈으로 볼 땐 맛이겠다 싶어 음식을 산 적이 있었지만, 맛을 보니 그 맛이 아닌 것을 경험한 터라. 이젠 무엇인가를 살 때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내게 벌써 생긴 것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마켓 체험을 하였다. 

당분간은 라면과 햇반(한국에서 가져갔던 것)이 있어 얼마 만큼은 견딜 수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학교 카페테리아를 알아 봤지만, 메뉴도 그렇고, 한 하기 밀 플랜(Meal plan)을 해야 하는게 부담이었고, 그렇다고 한국 마켓을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약 2시간 가야 하였다. 

말이 나온 김에 한국 시장이 궁금도 하고, 혹시나 알바 자리가 있을까 해서 버스와 전철을 번갈아 타고 중부 시장이라는 곳을 가기로 하였다. 몇 번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바가 있어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효자인 구글 지도가 있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켓은 주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하였고, 또한 사람들도 주로 한국말을 하는 한국사람들이었으니 약간 신기하기도 하였다. 

나는 시장 사무실에 들러 혹시 일 자리가 있느냐고 물어 봤다. 여 직원은 나에게 신분이 어찌 되냐고 하길래 학생이다고 했더니 요즘 단속이 심하여 일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면 쓸 수 없다고 딱 짤라 말했다. 하는 수 없이 그곳에서 더 필요한 라면을 한 봉지 사 귀가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은 숙소에서 가까운 두 개의 마켓 가운데 나머지 한 곳엘 갔다. 그곳은 매장이 좀 깨끗하나 물건값이 비쌌다. 그곳은 백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듯 하였다. 물건은 다양 하였고, 품질은 좋아 보였다. 하지만 역시 동양 사람인 내게 맞는 음식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빵이나 고기 정도가 맞을 듯 하였다. 

때는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나는 역시 빵(3-4불)과 치즈(3-4불), 그리고 우유(3-4불)을 사서 계산하였고, 저녁 대신으로 먹을 오븐에 구운 치킨(7-8불)이 먹음 직하여 샐러드(3-4불)와 함께 구매, 그곳에서 먹기로 하였다. 헌데 그 맛이 아니었다. 한국에서의 단백한 맛이 아니었다. 역시 신토불이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디 그 뿐이랴, 이곳의 모든 음식은 우리네의 입맛과 거의 맞지 않았다. 예를 들면, 새콤달콤한 딸기도 여기서는 모양만 그렇지 맛은 별 세계의 맛이다. 

나는 그렇게 이곳에서 적응하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주일에 한 번은 교회에서 전적으로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김치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의 교회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좋은 만남의 장소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교회와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일지라도, 이곳에 오면 먼저 교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 때문에 맘의 상처와 피해를 입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할 게다. 

이곳에서의 음식은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사람이 살려면 돈만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님을 음식 문제로 인해서 실감한다. 물론 지금도 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1년이 지나가면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선 그리 신경 쓰진 않지만, 기회가 있으면 많이 먹어 두려고 애쓴다. 영양이 불충분하여 아픈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하면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살기 위해 왔으면 몰라도 나와 같이 몇 년 공부하러 온 사람에게는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들의 문화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음식도 문화인데, 문화를 모르면 이들의 언어도, 생각도, 습관도, 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Comments

Khcho 2018.10.16 11:33
글을 계속 올리지 못한 것은
그 동안 시카고에 다시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그 이야기는 기회가 있는대로
다시 올리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동욱 2018.10.16 21:51
목사님, 늘 건강하시기 밟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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