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칼럼

사막은 은혜의 땅 31

김태훈 목사 0 2017.04.03 08:06

사업체는 워낙 장사가 잘 되던 상황이라 쉽게 매매자들이 나섰고,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부동산도 적당한 가격에 구매자가 나타나서 빠른 시간 안에 처분할 수 있었다. 12년 전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개척했던 뉴욕새벽교회는 내가 신학교와 교단 정치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미 흐지부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주의 종으로 하나님 앞에 이보다 더 죄송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회 문을 닫게 된 것에 대해서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마음을 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교회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맨해튼에 있는 사업체의 재산들을 다 정리하고 난 후에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불과 3개월 뒤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9.11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9.11사태의 여파는 대단했다. 뉴욕시 전체가 오랫동안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고 모든 비즈니스가 문을 닫다시피 했다. 물론 손톱 미용 가게와 같은 사업체는 졸지에 매상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런 일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아내와 나는 한동안 난감했다. 맨해튼 안에 있던 비즈니스를 3개월 전에 다 정리하고 그곳을 떠난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곳에 사업체를 새로 구입해서 들어간 사람들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 속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 가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우리 가족은 애리조나 사막의 도시 피닉스로 제2의 이민을 떠났다. 애리조나로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지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었다. 그냥 길을 떠났다. 가지 고 있던 가재도구들은 대강 정리해서 이삿짐 센터에 맡기고 우리들은 필요한 옷가지만 챙겨서 뉴욕을 떠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며칠을 달렸다. 그렇지만 놀라운 사실은 아무런 불안한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지의 땅을 향해 온 가족이 떠나면서, 그리고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운전을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면서 마음에 평안함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함이었다.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의 힘이었다. 피닉스로 이주를 결정한 데는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피닉스는 사막지대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에 일 년 내내 햇볕 이 많고 건조해서 관절염이나 뼈가 약한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래서 피닉스는 동부지역이나 다른 곳에서 평생을 살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실버타운으로도 잘 알려진 도시였다. 피닉스는 애리조나 주의 수도로서 인구 6백만 명 정도가 살 고 있는 대도시다. 인구 규모로만 봤을 때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꼽힌다.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를 관통하는 물이 부족할 것 같지만 도시 곳곳이 푸른 잔디로 덮여 있는 거대한 오아시스다. 대도시들은 대부분 큰 강을 끼고 형성되기 마련이지만 피닉스에서 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웃하고 있는 콜로라도 주 로키 산맥의 눈 녹은 물을 공급받아 오히려 다른 지역이 가뭄에 시달릴 때도 물이 충분한 도시가 바로 피닉스다. 그렇기 때문에 피닉스는 그 자체가 기적의 땅이다. 물이 없는 곳에 세워진 도시가 물을 가장 충분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가장 더울 때 기온은 보통 화씨 110도를 넘는다. 한마디로 살인적인 더위라고 할 수 있지만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건물 내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에어컨이 잘 나오는 차를 필수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더위 때문에 못 살겠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피닉스에 도착해서 우리는 다운타운 인근의 조그마한 모텔에 투숙한 후 우리가 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완전히 무모한 방식이었다. 아직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둘이나 데리고 살 집도 학교도 정해 놓지 않고 무작정 집을 찾아보려고 다니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그렇지만 아내와 나는 하나님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시며 인도해 주시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는데 소경이나 다름없는 우리들이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뭔가 해 보겠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의뢰했다. 조그마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조차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실 때 그 물건을 구입했다. 피닉스는 정말 덥고 건조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건조 사우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흑 하고 호흡이 막혔다. 7월 한여름 이곳의 날씨는 연일 화씨 110도(섭씨 45도) 정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뉴욕도 여름에는 많이 덥고 한국의 여름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덥지만 근본적으로 뉴욕이나 한국의 무더위와 피닉스의 더위는 질이 다른 더위였다. 아스팔트가 태양열에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팔트를 깔 때 특별화학물질을 추가해서 넣는다고 한다. 새 집이고 낡은 집이고 할 것 없이 냉방 시설은 가장 기본이다. 냉방 시설이 잠시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완전 찜통에서 지내야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피닉스에 도착한 이후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정에 큰 물질적인 복을 허락해 주셨다. 뉴욕 살림을 정리한 얼마간의 자본을 가지고 피닉스로 이주해 왔지만 나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다. 하나님의 지헤를 간구하며 충분히 기도한 후에 나는 피닉스 인근에서 주거지역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던 챈들러 지역에 건평 4,000스퀘어피트 규모의 큰 집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집 주인이 마침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형편이 었기에 당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았던 것이 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집을 구입하고 난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집값이 급상승 곡선을 그리며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매달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피닉스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상가 건물을 구입했는데 이 건물도 짧은 기간 안에 큰 수익을 가져왔다. 그러나 건물 관리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싫어서 투자 용도로 구입했던 건물을 일 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곧 팔릴 것 같았던 상가 건물이 시간이 지나도 적당한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상가 건물이 일정 기간 안에 쉽게 팔릴 것을 예상하고 인근에 땅 120에이커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상가 건물이 팔리는 대로 잔액을 다 지불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상가 건물이 팔리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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