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 Yes, now go and do the same!” (누가복음 10:37b)
성경을 읽을 때 그냥 문장이 이어지는 흐름대로 읽고 지나 갈 때보다 주님이 말씀하신 명령의 단락만을 특별히 밑줄을 긋고 그 문장을 거듭 읽으면 나에게 더욱 강력하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경험하게 된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하고 자세할 수가 없다. 이해하는 것으로만 끝내지 말고 그것이 바른 길이고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너도 가서 그와 같이 실천하라는 말씀이다. 오늘 이 말씀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하여 가르치시는 장면이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서 강도를 만나 거반 죽게 된 상태로 길어 버려져 있는데 마침 한 제사장이 그곳을 지나가면서 그를 보고도 피하여 지나갔고, 한참 있다가 한 레위인도 지나가면서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는데,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인은 여행하는 중에 그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기름과 포도주를 부은 후 상처를 싸매고 타고 가던 나귀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주막 주인에게 부비를 주며 돌보아 주기를 부탁하고 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신 후 예수님은 이들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제자들에 물으셨다. 대답은 뻔하다. 자비를 베푼 자이라고 제자들이 말씀드렸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주님이 명령하신 것이 오늘 본문 말씀이다. 제사장이 당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이며, 레위인이 어떤 남다른 의미를 가진 지파의 사람인지를 파고들어 살펴볼 실력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 단순 비교를 통하여서도 주님이 강조하시고자하시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하여 자주 다니는 나로서 가끔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나의 행동요령을 혼자서 생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고 주행 중에 급커브 길에서 어떤 오토바이가 길가에 전복되어 있는 사고를 목격하였다고 할 때, 지나가는 차량은 많지 않으나 1-2km간격으로 차량이 이어지는 도로이고 나도 그 중에 하나로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중이라면 어떻게 처신 하는 것이 현명할까 하나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둔 바람직한 행동 요령은 사고지점을 벗어나 차를 세우고 바로 경찰에 사고 목격을 전화로 신고한 후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다친 사람을 빨리 구조부터 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에서 한 가지는 이곳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로 보건데 서로 비켜가는 중에 자주 사고가 일어나는 급커브 길에서 구조한다고 나섰다가는 마치 내차가 사고의 원인이 되어 오토바이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오인을 받기가 십상이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다친 사람이나 누군가 목격자가 허위로 저 차가 비켜가면서 위협적으로 운전하여 오토바이가 이를 피하려다 전복되었다고 한마디만 하여도 모든 것을 덮어쓰게 되어 있는 것이 이곳에서의 외국인으로서의 약점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상황을 미리 계산하고 추측하고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도와야 할 이웃의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먼저 머릿속으로 급히 계산을 하여야하는 약아빠진 현대인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 역시도 제사장이나 레위 인처럼 판단하고서 즉시 그 현장을 피하여 그 자리를 벗어났을 것이다. 비록 억울하게 사고 당사자로 오해를 받아 엄청난 배상을 해 준다 할지라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여야 하는데 나는 이미 상당히 계산적이고 상황에 따라 그 행동 요령이 다양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한번은 전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서 있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나무기둥이 옆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바닥에 쿵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서는 긴급히 승객들에게 ‘나는 침술을 배운 사람인데 이 사람에게 응급 시술을 해도 좋겠습니까?’하고 양해를 구한다음 몇 곳 응급 혈에 침을 꽂아 깨어나게 한 적도 있다. 이때도 나는 왜 승객들에게 물어 양해를 구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무언가 책임 안질 안전장치를 하고서야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나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였던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 선한 이웃이 되는 행동은 어떤 행동일까 하는 것을 오늘 말씀을 통하여 다시금 묵상하면서 나같이 이런 극히 계산적이고 상황에 맞는 매뉴얼에 의한 행동은 현대의 제사장이요 레위 인으로서의 행동일 뿐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온 몸에 다친 사람의 피를 묻혀도 상관없고 가해한 사람으로 오인을 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는 것처럼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깨닫는다. “그렇다면 가서 너도 그와 같이 하라!”라고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