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기도

얕은 묵상 - 욥기 29장 15절

Caleb 0 2017.02.27 06:51

“나는 맹인의 눈도 되고 다리 저는 사람의 발도 되고 - I served as eyes for the blind and feet for the lame.” (욥기 29:15)

 

욥이 하나님께 자신의 그동안의 살아온 모습을 열거하며 자기변호를 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서 “빈궁한 자의 아버지도 되며 내가 모르는 사람의 송사를 돌보아 주었으며 불의한 자의 턱뼈를 부수고 노획한 물건을 그 잇새에서 빼내었느니라.---무리는 내 말을 듣고 희망을 걸었으며 내가 가르칠 때에 잠잠하였노라.”라고 술회하며 하나님께서 자기의 행하여 온 삶을 보시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주시기를 구하고 있다. 그렇게 선하게 살아왔음에도 졸지에 처량한 처지가 되고 보니 전에 자기를 존경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들이 나를 노래로 조롱하며 내가 그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으며 그들이 나를 미워하여 멀리하고 서슴지 않고 내 얼굴에 침을 뱉는도다.”라고 한탄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냉혹한 세상인심을 욥이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욥이 가족과 가산을 그대로 남겨둔 채 어느 날 죽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동안의 선행을 사람들이 높이 기리며 공덕비라도 세우고 그 이름을 칭송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에 그다지도 칭송받고 존경받던 욥도 곤경에 처하니 존경의 대상에서 오히려 조롱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는 아마도 사람들의 목전에서 저주를 받은 자로 인식될 만치 총체적인 고난을 당하게 된 그를 두고 필시 하나님의 징계를 받은 것이라 여겼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예전의 선행과 경건한 인격은 닥친 불행에 묻혀버리고 이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큰 형벌 받을 만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그를 조롱하고 놀림거리로 삼았다고 여겨진다.

 

지금 이 순간, 욥이 왜 고난을 받게 되었나를 성경의 전후 문맥을 통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욥이 고난에 대처하는 마음자세가 나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오늘 읽은 장절에서 욥이 담대하게 하나님 존전에서 말하는바 그의 평소 살아온 삶의 한 단면에 초점을 맞추어 묵상해 본다. 그는 그저 단순히 이웃을 도왔다고 말하지 않아다. 그 도움의 대상의 절실한 필요가 되어 주었다고 말하였다. 이렇듯 그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에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도왔나 하는 것을 접하면서 욥의 이웃을 사랑하고 돕는 실천의 방법이 나의 가슴에 파고든다. 맹인의 눈이 되어주고 지체 부자유한 사람들의 발이 되어 주었다고 하는 그의 고백은 지금까지의 내 얄팍한 선행을 이유로 다소 부풀어 있는 알량한 자부심의 중심을 수술 칼처럼 찌른다. 무엇으로든 부족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필요를 돕는 일들이란 반드시 그들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는 낮은 자세로 아쉬움에 마음을 함께 하며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과 일정에 의거하여 찾아가 늘 해오던 식의 하나로 전달하고 마는 식이거나, 혹은 불러서 생색내며 사진 찍고 돌려보내는 식으로는 결코 그들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쉽거나 단순하지 않는 것이 남을 돕는 실천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간절한 필요의 심저까지 낮추어 마음을 맞추지 않으면 돕는 선행도 상대측의 가슴에서 감동으로나 일어설 수 있는 새 힘과 소망으로 움트지 않을 것이다. 욥처럼 보지 못하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걷지 못하는 사람의 발이 되어준다는 의미는 단순히 내게서 남아도니 부족한 사람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주되 함께 아파하고 함께 나누는 마음으로 건네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같은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하여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였을 시절을 떠올려 그때의 심정으로 이해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의 측면에서 생각해보고 느껴보면서 무슨 말과 어떤 표정과 어떤 상황에서 도움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도 세심하게 고려하여야 하리라. 이를 간과하게 되면 왕왕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주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때로는 만나거나 자기를 전혀 드러내지 않을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라고 하여도 마음의 눈높이를 함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진정 그들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며 위로와 힘을 더하는 격려의 마음을 담아서라면 만나서 전하거나 혹은 이름 없이 전하는 사랑의 실천은 점점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들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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