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민태원(1894-1935) 작가가 쓴 수필, ‘청춘 예찬’이란 글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생략).
1894년 출생하여 1935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41년을 사셨고 청춘만 사셨네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과를 나온 수재로 알려져 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외일보 부장으로 편집국장으로 일을 했으니 나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분이십니다. 이 분이 쓴 ‘청춘 예찬’은 20세기 말까지도 한국 청년들의 입에서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여!”란 표현으로 회자되던 시구(詩句) 같은 말이었습니다.
대강절 절기에 문득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청춘이 아쉬워서 떠오른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열심이 이 표현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사람이 좋았으면 그를 위해 죽으시기까지 심장이 뛰고 피가 끓었을까? 불경스런 표현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니 이런 말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미쳤지, 미쳤어!”
약속하신 하나님 사랑이 진짜로 인류에게 다고 온 날이 성탄절입니다. 성경 몇 군데 ‘여호와의 열심’이란 표현을 보게 됩니다. 그게 얼마큼 큰지 어떤 모양인지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지만 성경이 표현하니 그냥 ‘열심’이라고 하고 우리를 향하신 이 ‘열심’이 이 땅에 예수로 오신 것입니다. 시 69:9절에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주를 비방하는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는 고백처럼 이번 성탄절에는 비방을 불사하고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우리를 삼켰으면 합니다. ‘청춘의 심장’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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