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작은 교회 목회 이야기(2)

한준희 목사 0 2019.06.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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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되기 전 모 근무처에서 비서실장으로 일을 했었다. 

어느 날 좀 불편한 업자가 사장을 만나려고 찾아 왔었다, 비서인 나는 사장님이 이분을 만날 사람인지 안 만날 사람인지 빨리 파악을 해야 한다. 나는 사장님이 안에 계시는데도 사장님이 잠깐 자리를 비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 업자 순간 노발대발 하는 것 아닌가, 오늘 사장이 자리에 있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망을 갔다고, 그러면서 쌍욕을 해 대는 것이었다, 역정을 내는 그 분의 분노를 내가 다 받아야 했다. 내가 사장의 방패막이가 된 것이었다. 물론 당연히 그런 것 조차 비서가 해야 할 일이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기억된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다 보면 참 서러운 것이 많다.

언젠가 찬양하는 반주기 소리와 찬양소리, 기도소리가 아파트 위층까지 들린다고 시비를 거는 주민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일로 주민들과 조금 언성이 높아진 일이 있었다. 그때 교회 안에 있었던 여집사님들이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교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 뒤에서 목사와 언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는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언쟁도 목사가 직접해야 한다, 그게 작은 교회 목회자다.

 

교회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는 각 기관마다 담당자가 있고 장로나 안수집사가 교회 일에는 1차적 대변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작은 교회 목사에게는 이런 대변인이 없다보니 직접적으로 공격에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인들과 목사 간에 문제가 생기면 큰 교회는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나 그 주변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목사를 공격해도 주위에 장로나 중진 제직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교회를 떠난다 해도 교회에 큰 흔들림이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교회 목사는 교인의 공격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런 교인이 몇사람 동조하여 목사를 공격하고 교회를 떠나면 작은 교회는 순식간에 교회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3번이나 겪으면서 교회가 극한의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었다, 교인과 말싸움도 아닌 말싸움을 해야 할 때면 거의가 목사의 패배로 끝난다. 혹시라도 사실이 아닌 것을 주장하는 교인이라 할지라도 변명이 안 통한다. 이유를 대면 목사가 따진다고 또 시비를 건다. 그래서 아예 침묵하고 받아주는 것 외에는 없다. 목사가 교인과 언쟁을 하면 100% 목사가 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난 잘 안다. 돌을 던지면 그냥 맞아야 한다, 방패막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교회 목사님들을 보면 조금씩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어떤 분은 심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모든 것이 본인의 부족함에서 온다는 자책감 때문에 그런 우울증과 분노가 숨어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작은 교회가 다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가난하고 함께 해 주는 대변인 역할을 해 주는 교인이 없을수록 작은 교회 목사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간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의지할 곳은 하나님뿐이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작은 교회 목사는 인생을 깊게 체험하고 주님과의 깊은 교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난하게 살면서 돈이 없으면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너무나 깊게 체험한다. 심지어 목사들에게도 배척당한다는 사실까지도 안다, 돈이 없으면 인간관계, 사회관계도 깨진다는 것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가난하게 사신 주님의 인생사를 깊고 깊게 체험한다.

 

나의 목회가 끝났다는 마지막 낭떠러지까지 와서 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님의 손이 나를 잡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체험으로 안다. 왜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셔야 했는지, 마지막 순간에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방패막이로 나선 자가 없었다는 2000년 전에 주님의 절박함을 작은 교회 목사는 너무나 처절하게 체험하면서 산다.

 

어머니를 요한에게 부탁하시는 주님의 절박함을 작은 교회 목사에게 비교해 본다면 작은 교회 목사인 나는 장남으로 한국에 계신 어머님도 봉양 못하고 외롭게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던 처절함이 서러움으로 남는다. 어쩌면 주님은 부탁이라도 할 수 있었던 제자 요한이 있었겠지만 그 마저도 없이 세상을 떠나보내야 했던 작은 교회 목사는 더욱 그 서러움이 더 크지 않았나 본다.

 

그래서 더 주님께 가까이 간다. 이 세상에 주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목사가 주님과 동행하는 것 외에 그 보다 더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그게 서러움 뒤에 오는 작은 교회 목사의 행복이다.

 

나의 목회는 주님 밖에 없다는 그 믿음이 작은 교회 목회자이기에 더욱 깊게 체험되어질 뿐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기쁨이 있기에 지금까지 작은 교회 목회는 계속되고 있음이 행복하다.

 

주 음성 외에는 더 기쁨 없도다 날 사랑하신 주 늘 계시옵소서

기쁘고 기쁘도다 항상 기쁘도다, 나 주께 왔사오니 복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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