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약20여 년 전 뉴욕 퀸즈에 일가족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불륜으로 맺어진 여인의 배신으로 인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 여인과 남편 그리고 두 딸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행히 딸 한 명과 남편은 중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여인과 한 명의 딸은 현장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오래된 이 사건이 나의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연이 있다.
개척 초기 한 성도가 귀했던 그때, 한 젊은 부부가 우리교회에 나왔다. 인물이 보통이 아니다. 남자는 늘씬한 키에 인물이 영화배우 뺨치는 귀공자 타입의 청년이었고 여자 역시 미스코리아를 능가하는 키 크고 멋지고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두 신혼부부가 열심히 교회를 잘 다녔고 난 그 가정을 심방하여 예배까지 드렸던 적도 있었다.
나는 이들을 예수님 안에서 신앙으로 잘 성장시키기 위해 성경공부를 제안했고 이들도 쾌히 승낙을 했다, 그런데 약속을 한 주일, 청년은 교회를 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주일에 일하는 곳에 취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을 하기에 교회에 못 나온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남자 청년이 교회를 안 나오니까 여자도 덩달아 안 나왔다.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화하여 할 수만 있다면 주일을 지키도록 힘쓰라고 권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물론 아주 교회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가끔씩 교회를 나왔지만 강제적으로 여자만 성경공부를 가르치기에는 본인도 허락을 안했고 나 역시 억지로 성경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삼년이 지났을까, 부인되는 이 여자가 그 예쁜 얼굴에 수심이 깊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였다. 목회자가 교인의 가정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정도는 영적인 예민함으로 알아차려야 하는데 목사 초년생인 나는 그런 영적 감각이 없어서인지 그 가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능한 목회자의 실수였던 것이다. 그때 그 상황을 알아 차렸다면 아까운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입 다물고 지낸 그 아내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왜 그때 나에게 한마디라도 귀 뜸을 해주지 왜 입 다물고 있었냐고 되물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깨어질 대로 깨진 비참함이 몰아쳐 온 이후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살인범으로 기소된 우리교회 교인!
그 책임이 담임목회자에게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책임이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엄청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목회자의 안일함이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그 죄책감이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그는 1급 살인자로 종신형을 받고 지금도 감옥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아버지가 목회자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오래전에 그의 아버지가 목사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아버지의 말이다.
“다 내 잘못입니다. 내가 심은 대로 거둔 것입니다.”
과연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훗날 들려지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된다. 그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심어놓은, 말 못할 사연!
어쨌든 목사들의 실수였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지금도 성도들의 수심에 싸인 얼굴을 보면 예민해진다.
어제도 10년을 넘게 한 번도 안 나오던 성도가 새벽기도를 나왔다,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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