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10번째 예배 처소의 이전

한준희 목사 0 2018.03.0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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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예배 처소의 이전 

 

이 달 안에 10번째 예배 처소를 이전해야만 한다.

23년을 목회하면서 정착된 예배 처소가 없어 이전해야만 했던 횟수이다.

교회를 이전하면서 단 한번도 조용히 이전해 본적이 없다. 이전 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었고, 성도들이 요동하는 때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불미스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교회를 확장시켜야 할 즐거운 비명 으로 이전할 때도 있었다. 성도들이 이전할 장소에 나와 손수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에 타일을 깔고, 못질을 하면서 예배장소를 꾸미는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교회에 재정이 모자라 렌트비를 못내 쫒겨 나다시피 예배장소를 옮겨야 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교회 성도들이 참 고마웠다. 거의가 말없이 순종하면서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이전을 해야 하는데 어제까지 있었던 예배처소에서는 이미 떠나야 했고 떠나는 다음 주일부터 새로운 장소로 가야하는데 새 예배처소가 결정이 안 되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예배 처소가 없다, 결국 야외예배를 드리기로 하였다. 성도들이 모두 덕분에 야외에서 예배드리게 되어 기쁘다고 환한 얼굴로 야외예배를 드렸다. 그 다음 주일에도 예배처소가 결정이 안 되었다. 서둘러 한번만 예배 처소를 사용하기로 하고 오후에 다른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렸다. 그 다음주일은 또 다른 교회를 빌려 오후에 예배를 드렸다. 이렇게 예배처소가 없이 주일마다 옮겨다니면서 예배를 드렸더니 딱 두 분류의 교인들로 나누어진다.

한 분류는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교인과 또 한 분류는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교회 나오는 것이 뜸해진다. 그러더니 아예 교회를 등져버린 성도가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추수를 하는 듯하다. 알곡은 남아 있고 쭉정이는 떨어져나간다는 느낌, 물론 우리 교회를 등진다고 쭉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교회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런 추수하는 느낌이 든다, 정말 끝까지 함께 하는 교인들이 자랑스럽다.

 

광야에서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셨던 하나님께서 우리교회를 그렇게 인도하셨다고 보여진다. 광야교회가 그랬던 것같이... 이전하는 처소마다 그때그때 하나님의 은혜는 계속되었다. 마치 만나가 매일 내리듯이 이전했던 예배처소에 은혜가 넘쳐났고 늘 감당할 수 있는 반석이 되어 주셨다. 그러면서 목적지를 향해 간다. 가나안땅으로,

 

그런데 우리교회의 가나안은 어디인가,

목적지가 불분명하다. 이번에도 교회가 이전된다고 그곳이 목적지가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교회가 없는 교회들은 최종 목적이 교회 건물을 매입하여 예배드리는 것이 최종 목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체 교회를 가지고 편하게 예배드리는 교회라고 목적지에 간 교회는 아닐 것이다. 그 교회도 예배처소는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교회와 동일하게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 목적을 향해 가는 동일한 교회일께다.

교회는 성도들이다, 예배드리는 그 현재의 장소가 교회이다. 다만 좀 편리하게 기도하고 예배드리자고 건물을 임대하고, 건축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 생각된다.

 

이 땅에서 교회 건물을 건축하여 솔론몬 성전과 같이 대형 교회를 짓는 것이 목적이 아닐찐대 아직도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 건물에 온 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교회의 본질을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예배 처소가 없어 10번씩이나 이전을 한다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교회 재정을 투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예배 처소를 마련하기 위해 렌트비나 매입한 건물 때문에 모게지 내기에 힘겨워 드려진 헌금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산에 오른다고 꼭 정상에 올라야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산은 산이다. 꼭 훌륭한 예배처소가 마련된다고 예배가 영광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야외에서, 골방에서 드리고 있는 이 예배도 영광의 예배이다.

 

목회는 결과가 아니다, 교인수가 많아졌다고, 큰 교회를 건축했다고, 선교지를 50여군데를 지원한다고, 장로가 50여명이 된다고 그것이 결과라면 스스로 넘어지는 어리석움일 것이다.

목회는 지금 겪고 있는 이전에 대한 아픔, 예배처소가 없어 방항하는 지금 이 모든 어려움을 주님과 함께 지고 가는 그 자체가 목회라고 정의하고 싶다.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준비하는 그 과정, 그 과정 속에 얼마나 주님과 동행하고 있느냐가 기쁨이고 행복이지, 무슨 우리가 얼마나 크게 하나님나라를 건설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떠나면서 버스타고, 기차타고, 비행기 타고, 배고프고, 졸리고, 땅바닥에 누어자면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가는 그 과정, 그 과정에 행복이 있는 것이지 막상 목적지에 가면 그 즐거움은 바람잡는 것과 같다는 것을 다 경험해서 알 것이다.

 

목회는 과정이다. 10번을 예배 처소를 옮기는 그 과정 속에 오늘도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 때문에 지금도 목회가 마냥 행복하다.

 

나는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온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집에도 살지 않고 오직 장막이나 성막에 있으면서 옮겨다니며 지냈다. 내가 이스라엘 온 자손과 함께 옮겨다닌 모든 곳에서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한 이스라엘 그 어느 지파에게도 나에게 백향목 집을 지어 주지 않은 것을 두고 말한 적이 있느냐(삼하7:6-7, 표준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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