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21년의 전망과 바람 1
글 : 김정호 목사(후러싱제일교회)
2020년도 봄 코로나 팩데믹이 시작되면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이런저런 전망도 하고 나름대로 변화에 대한 기대와 모색하는 글도 쓰고 발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장기화되면서 극복한다거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조명한다거나 하는 것보다 ‘위드 코로나’를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뭘 대단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겸손히 견뎌내며 지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미래를 조명하고 뭔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꿈꾼다는 것도 왠지 아직 정신차리지 못한 어설픈 교만의 소치가 아닌가 생각했던 것입니다. 너무 서둘러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기 보다 문제속으로 더 깊이 겸허하게 들어가야 할 필요를 생각한 것입니다.
이제 2021년이 시작됩니다. 복음뉴스 발행인 김동욱목사께서 새해 전망과 바람이란 주제를 주셨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주제로 뭘 쓰는 것 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정중히 부탁을 하시니 거절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순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목회계획을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 대단한 일이라고 해도 교회 역시 과시적인 바벨탑을 쌓으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90년대 이후 초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온 것들이 무너져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는 깨닫게 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올림픽의 모토인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의 가치관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수님이 하신 목회와 별 상관이 없는 일들을 그동안 교회는 너무 잘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면서도 자기성찰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의 교회 관심은 더 낮아지고 더 천천히 그리고 더 약함 속으로 들어가는 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신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목회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의 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리새적인 교회가 아니라 복음적인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저 자신도 그리고 내가 섬기는 교회도 코로나 초기에 뭔가 우리는 잘 할 수 있다 잘 한다는 것 스스로가 확인하고 싶고 세상에 알리고 싶어 애를 썼습니다. 선한 일 착한 일 과시하는 것도 잘 생각해보면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는 다 잘했다고 말한 젊은 부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잘못된 진리에 근거한 열심을 말한 것은 예수 믿는 사람들 잡으러 다닌 것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선과 의를 자기 능력으로 이루려고 하는 자체가 율법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죄인 가운데 우두머리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 전도의 문이 막혔다는 것은 선한 일 의로운 일 많이 안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바리새적인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에 탕자의 비유에서 작은 아들은 들어오지 못하고 큰 아들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어느 순간 우리가 별것 아닌데 잘난체 하느라 애쓰는 구나 생각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간이 쌓아가는 교만의 바벨탑은 하나님이 반드시 무너뜨리십니다. 교회가 가난한 심령을 기뻐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목회 관심을 세상따라 변화는 그 무엇에 대해 관심가지기 보다 세상 아무리 변해도 변함이 없는 그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2021년이 되면 목사안수 받은지 꼭40년이 됩니다. 목회 초기부터 오랜동안 뭔가 진취적이고 새롭고 혁신적인 목회를 하고자 하는 부담과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런 목회는 나보다 젊은 목회자들이 잘 할테니 나는 남은 목회 세상 천하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에 뿌리를 더 깊이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십자가 구원이고 부활 승리 증거입니다. 이번 코로나로 많이 무너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영혼 구원은 세상이 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교회만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목회 교인들이 지옥같은 현실에서 예수님 만나 천국을 살고 예수 믿어 무덤에서 영원한 생명을 사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천국을 조금이라고 교회에서 맛보고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 받는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제 백신이 나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일반 대중에게도 백신이 배포되면 아무래도 코로나를 이겨내는 과정은 분명히 시작될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경제도 회복이 될 것이고 어떤 형태가 되건 학교도 일터도 그리고 교회도 열려서 예배당 예배가 회복될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교회에도 보면 회복이 시작되면 그동안 예배당 예배에 목말랐던 교인들이 이전에 비교할 수 없는 목마름으로 예배를 사모하게 될 것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죽음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교회에 구름 때처럼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그 반대의 입장으로 그동안 예배당 오는 것보다 집에서 온라인 예배드리는 것이 익숙해져서 다시 교회에 오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교인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교회가 오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 입장은 그러거나 저러거나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많이 몰려와도 밀물 썰물 신경쓰는 목회가 얼마나 싱겁고 허망한지 경험해봤습니다. 울타리에 사람들 많이 모아두는 교회 만들려는 관심은 추호도 없습니다. 울타리 속에서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는 교회라면 아무리 사람 많이 모여 있어도 주님의 몸된 교회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목회 관심은 조금이라도 예수님이 하신 목회 흉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단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뭔가 멋진 뭐를 해내는 교회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을 알아내려 하고 찾아보려하는 노력 그만하고 불변하는 그것들, 예수 십자가 구원과 부활승리 복음을 살아내는 것에 집중하렵니다. 목회는 어려운 교인들 좀 더 잘 살피고 영성계발은 성경통독, 성경필사, 말씀묵상과 같은 성경 자체를 가까이 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예배에서 하나님 임재와 예수 만남 그리고 말씀을 통해 성도들의 삶이 감옥 문과 무덤 문이 열리고 지옥과 같은 현실이 천국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설교도 이제는 시사적인 이야기, 재미난 유머, 삶의 지혜 뭐 이런 것 별로 하고 싶지않습니다. 고상한 인문학적 설교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거나 세상을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설교를 해야 한다는 부담 버리려고 합니다. 그래가지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더군요. 교인들 변화되어야 한다고 설교 오래 했는데 가만히 보니 하나님은 내가 변화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나도 변하지 않으면서 교인들 변화되라고 소리지르고 교회가 바뀌지 않는데 뭔 세상 바꾸겠다고 그리 소리질렀는지 민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목회 오랜동안 뭔가 내가 잘 해보려는 노력이 많았습니다. 성령이 역사하지 않으시면 사람의 소리는 아무리 멋있고 좋아도 소음에 지나지 않는데 설교도 내가 잘해서 교인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몸부림쳤지 않았나 생각하고 반성합니다. 나 스스로가 성령의 움직이심에 예민해지고 그분이 주시는 능력을 힘입어 목회하지 않으면 사람이 괜히 난리치는 피곤한 교회 만들기 쉽상인 것 같아 정말 나부터 예수 잘 믿고 성령이 주시는 능력만큼만 목회해야 하려고 합니다.
시대가 어려워진다고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초대교회는 고난속에서 부흥의 역사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교회는 먹고 살기 편하고 세상 부귀영화를 부러워할 때 부패했고 망가졌습니다. 그러니 세상이 어려워지면 교회가 광야학교가 되면 되고 교인들이 불화로에 들어가듯 어려우면 다니엘의 세친구들 처럼 하나님 천사가 지켜주셔서 찬양하며 불화로에 나오는 신앙을 의지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점을 칠것도 아니고 아는척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없으신 하나님 믿고 그냥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예수 믿으니 죽음의 권세도 이기는 복음을 살고 증거할 뿐입니다. 오히려 세상 어려워지면 교회는 빛날 것이고 교회가 진짜 세상의 소망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어려움을 경험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교회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이제 개교회 이기주의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아야 합니다. 그동안 교회들이 별것 아닌데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잘난 체 참 많이하고 아는 척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서로 주의 일을 위해 나누고 배우고 섬기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그냥 다 같이 망하는 날이 속히 올 것입니다.
나는 그동안 세상속에서 뭘 하려는 교회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는 목회를 했습니다. 사회적 책임에 관심도 많았습니다.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교회는 세상 걱정을 할 꼴이 아닙니다. 지금은 교회가 교회의 본분을 찾기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니 솔직히 사회적 책임보다 교회가 교회적 책임부터 제대로 회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시사성있는 이야기를 나누자면 제가 속한 교단 연합감리교회가 올해 9월 총회를 통해 분리가 될지 어떨지 결정하게 됩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본질과 비본질을 제대로 구별하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저는 지난 30여년 교단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사안을 붙잡고 교회의 생사가 걸려있는 것으로 사네 죽네 싸우는 것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많은 한인교회들은 동성애자 목사안수 반대하는 교단으로 갈 것입니다. 그런데 동성애자 목사안수 반대하는 교단에 간다고 해서 뭐가 자동적으로 달라질 일 없습니다. 뭘 반대한다고 내가 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이 진짜로 증거되는 복음이 살아있는 교회인지 아닌지? 구원의 기쁨과 확신이 있는 교인들인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는지? 말씀에 순종하는 역사가 일어나는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임받는 교회인지? 여기에 관건이 달려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예수 생명의 진리위에 바로 선 교회가 되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 바꾸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상을 바꿀 사람을 바꾸셨습니다. 그냥 한사람 한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살리셨습니다. 세상에서 별 볼일 없다고 버림받은 사람들, 힘없는 작은 자들, 잃어버린 영혼들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중심이 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목회를 하셨습니다. 내년에 더욱 이런 목회에 시간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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