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Philadelphia Diary

백의흠 목사 0 2017.01.17 05:10

오늘 새해가 시작되면서 처음 일을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저녁에는 비가 그쳤다가 내일 10시부터 또 비가 시작되어 저녁에 다시 그친다....
새해부터 장사하는 그 시간에 꼭 맞추어 이틀동안 비가 온다.
1월달은 한가하고 춥기도 해서 장사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6시에 문을 닫기로 했다.

오후 2시쯤 되어 가게 큰 길 건너 Rite Aid에 물건을 사러 잠시 들렀다 나왔다.
Rite Aid를 막 나와 가게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20대 초반의 동양 남자다.
직감적으로 돈을 구걸하는 것 같았다.
그냥 갈 까 하다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줄기차게 한다.
나보고 "베트남 사람이냐?"고 묻는다.
아마 베트남 출신인 것 같다.

"Norristown에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10불만 달라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3분 정도 듣다가 10불을 달라는 말이 나오자,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비가 많이 오고 추워서 "나는 지금 돈을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 2불 있었는데 Ride Aid에서 썼다"라고 말하면서 급히 그 자리를 떴다.
그러면서 마음이 찝찝하고 안 좋아서 신호등을 건너기 전에 내 지갑을 열어 보니 돈이 하나도 없었다.
가게에 와서 아내에게 10불만 달라고 했다.
아내는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 짐작을 하는 것 같았다.
"homeless 줄려고 하지?"라고 말하면서 바쁜데 나보고 손님을 받으라고 하면서 다른 손님을 도와 주러 간다.

손님을 받고 Cash Register에서 10불을 꺼내 급히 아까 그 사람이 있던 곳으로 갔다.
그 사람이 그 곳을 떠나지 않고 아직까지 있었다.
동양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돈을 달라고 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면서 그냥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내가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10불을 주었다.
그러면서 "이것이면 충분하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말한다.

그의 얼굴은 감격과 기쁨과 고마움으로 울상이 되었다.
내가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하나님이 너를 축복할 것이다" "예수님이 너를 믿는다"라고 말을 했다.
날씨도 춥고 급히 가게로 와야 했기 때문에 "예수 믿으라"라고 말한 다는 것을 "예수님이 너를 믿는다"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그는 고맙다고 몇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서 운다.

그리고 나는 곧 급하게 가게로 왔다.
우산을 쓰고 갔다 왔지만 무릎 아래의 바지는 비로 다 젖었다.

내가 그 곳에 간다 온 것을 안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한 두번 속았느냐?" "그것 가지고 약을 사먹을텐데"
"전에도 한국 사람이 우리 가게에 찾아 와서 차비가 없다고 돈을 달라고 해서 20불을 주지 않았느냐? 다 상습범이 아니었느냐?"

 우리 가게 주위인 Aramingo Ave. 주위에 동냥하는 사람이 족히 20여명은 넘을 것이다.
사거리 길마다, 가게 앞마다 동냥하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도와 주는 것도 포기했다.
아내의 말이 옳다.

 그러나 그 청년을 보니 거짓말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설령 거짓말이라도 준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
내가 주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내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오히려 내 생각이 짧아서 '그가 분명히 점심을 안 먹었을텐데 점심이라도 사먹으라고 5불이라도 더 줄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글을 읽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래, 당신 생각이 짧아서 아내 말은 죽으라고 안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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