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예배 시작은 다른 때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분명히 한달 전에는 그 결혼식이 우리 예배시간에 지장이 없게 끝날것이라고 약속했었는데, 아마도 결혼식 시작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서 그냥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1부 예배를 드리는 장소에서 제가 주일날 잠깐 쓰는 책상도 그 날 따라 성경책 하나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것에 설교자가 마음을 빼앗기면 안되기에 애써 예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결혼식이 언제 끝나는지,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면서 왔다 갔다 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앞선 결혼식이 늦어지면서 생긴 또 한가지 문제는 찬양팀이 연습할 시간이 전혀 없이 바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교인들이 다 나가자마자 우리 교회 성도들은 예배당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찬양팀이 따로 연습할 틈이 없이 음향장비와 악기들을 섿업하고 악기의 음만 겨우 맞추고 예배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에 우리의 최선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과 죄송함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평상시 예배 시간보다 한시간을 늦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네곡의 찬양중 제일 마지막 곡을 찬양 하는데 한 방문자 한분이 제일 뒷자리에 앉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은 못보셨겠지만, 저는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이기에 그 분을 뚜렷이 볼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벌써 우리 교회에 세번째 오는 분이셨습니다. 약 1년 전쯤에 처음으로 오셨는데, 그 날은 우리가 한 시간 일찍 예배를 드리는 줄 모르고 오후 1시에 맞춰 오셨다가 예배가 다 끝나서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너무 죄송한 마음에 그분에게 다음 주에 한번 또 오시라고 말씀드렸는데, 몇주가 지나서 실제로 또 한번 오셔서 예배를 함께 드렸던 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다시 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교회에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제 머리 속에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지난 주 예배를 평상시처럼 12시에 드렸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분은 주일 예배를 못드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떠나셔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교회 결혼식이 늦어지면서 우리 예배 시간이 늦춰졌고, 그 결과로 그분은 주일 예배에 온전히 참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결혼식 시간이 늦어지고 늦게 끝난 것이 결국은 그분이 주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일하신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속으로 이분이 우리 교회에 방문하신 것이 벌써 세번째니까 이번에는 좀 등록하고 잘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배를 다 마치고,꼭 악수하면서 인사드리고 싶었었는데,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자리를 일찍 뜨셔서 인사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한영혼을 천하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분을 보내 주셔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하시고 예배하게 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더 감사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