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부목사의 착각

한준희 목사 0 2020.03.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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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목사의 착각

 

목사가 되겠다는 비장의 각오와 소명을 안고 신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내 기억으로 신학생 2학년 때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임명을 받았다. 전도사라는 직함을 받고나서 무척 기뻤었다. 성도님들이 전도사님으로 불러 주는데 대한 뿌듯함이 늘 있어왔다. 그러나 그런 뿌듯함도 얼마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래도 전도사인데 아직 성도님들 앞에서 설교 한번 한 적이 없다는데 대한 그런 불만이 마음 한 구석에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도사 3년차에 드디어 수요예배 때 처음 설교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준비했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 놓고 멋진 설교를 하였다. 예배가 끝난 후 성도들로부터,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는 성도,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시느냐는 칭찬, 앞으로 큰 종이 될 소질이 있다는 말들이 내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들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가 있었다.

 

그 후 목사가 되어 부목사로서 담임목사님을 하늘같이 섬기면서 훈련을 받아왔다.

하지만 담임목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건이 생겼었다. 어느 수요예배 때 성도님들이 30여명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끝날 무렵 술에 취한 사람이 교회에 들어와 맨 뒷자석에 앉아 혼자말로 중얼거렸다고 할까 무슨 기도를 드린다고 할까, 아무튼 성도들의 온 시선이 그 취객에게 쏠렸고 교회 안은 술 냄새까지 진동하면서 예배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져버린 것이었다. 그렇다고 예배 중에 그 취객을 내 쫒을 수도 없고 나 역시 대책 없이 신경만 곤두세우고 만 있었다.

 

예배가 그렇게 끝났고 그 취객은 일어나 교회 로비로 나가더니 담배를 꺼내 무는 것 아닌가, 순간 나는 그 취객에게 다가서서 여기서 담배 피시면 곤란합니다. 했지만 막무가내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성도님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사람을 피해 밖으로 나가기에 바빴고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밖으로 나가도록 해 보았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담임목사님이 그 분 앞에서 큰 소리로 뭐 하는 거야 교회와서, 당장 나가!” 그러자 취객이 담배를 바닥에 던지더니 담임목사에게 싸울 듯 덤벼든 것 아닌가, 그 순간 담임목사님께서 그 취객을 잡아 넘어뜨리면서 싸움이 시작되었고 교회는 난장판이 되어 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담임목사님의 그 행동 그 욕설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하나님 다음으로 섬겼던 담임목사님의 존경심이 그 일로 인해 다 무너졌었다. 그러나 한번도 담임목사님의 말에 거역해 본적도 없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순종하면서 지내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형편없는 목사라는 낙인을 찍어 놓고 담임목사님을 대 하였다. 한마디로 철저한 이중적 작대로 그분을 섬겼다.

 

그후로 설교 때마다 나의 인기는 높아갔고 서서히 담임목사보다 부목사가 더 낫다는 소리가 들려졌고 나 역시 마음 한구석에 당신보다 낫다는 교만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런 교만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오자마자 부목사로 모 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그 당시 담임목사님은 부흥회 인도차 한국을 자주 가시게 되었고 그때마다 담임목사의 빈자리를 다 감당해야만 했었다. 주일예배부터 수요예배, 금요철야, 새벽기도회, 심방예배 등 난 어쩌면 목사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설교를 잘 감당했고 성도들로부터 호평을 얻었을 뿐더러 담임목사만큼 권위도 서게 되면서 내 안에 숨어 있던 교만이 서서히 들어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늘 순종하는 부목사, 그러나 안에는 너보다 낫다는 교만이 머리 꼭대기까지 솟아나 있었던 부목사였다. 급기야 그 교만이 들어나면서 난 담임목사와 보이지 않는 적대관계 되었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들어내 본적도 없고 또 담임목사의 말씀에 불순종해 본적도 없다. 그렇지만 내 속에 있는 교만은 성도들 앞에서 알게 모르게 보여 졌고 그런 나의 모습이 담임목사에게도 보여 졌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이중적 태도가 행동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담임목사를 대적하는 부목사가 되었고 난 교회를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었다.

 

이제 나는 담임목사로 26년을 지내고 있다.

그동안 내 목회를 돕는다고 전도사, 부목사도 있었다. 그런데 그 부교역자들이 어쩌면 내가 가졌던 그 교만을 똑같이 가지고 나를 대적한 부목사도 있었다. 내가 심은 대로 거둔 것이다.

 

부교역자는 어디까지나 담임목사를 돕는 배필이다.

하나님께서는 담임목사를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셨고 그분을 통해 교회를 움직이도록 역사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이것이 교회의 올바른 질서이다. 이 질서를 무너뜨리기 가장 수월한 사람이 부교역자이다. 교회 역사에 사탄은 부교역자에게 교만을 심어주어 교회를 무너뜨리는 일을 수도 없이 많은 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섬기는 훈련은 오직하나 순종이다. 이 순종을 못 배우고 내가 목회를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교만이 있는 한 교회는 또 분열되고 또 싸우고 또 무너진다.

 

사탄에게 있어 부교역자는 교회를 무너뜨리는 가장 수월한 무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 사실을 놓치면 부교역자는 부교역자로써 실패한 것이고 그 실패가 실패로 들어나지 않는다면 본인이 담임목사가 되면 반드시 심은 대로 거둔다는 이 한 가지 법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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