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초기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넘치다 보니 설교에 힘이 들어가고, 내 설교에 성도들이 감동 감화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설교에 최선을 다했다. 예상대로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아멘 소리가 나오고 말씀이 너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설교에 큰 희열을 느낀다고 할까, 아무튼 그때 신이 나서 설교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설교에 맥이 빠질 때가 있었다. 바로 장로님이 앞에 앉아 졸기도 하고 고개를 숙여 성경을 보는가 하면, 때로는 주보를 설교시간 내내 들여다보질 않나 이쪽으로 다리를 꼬았다가 저쪽으로 다리를 꼬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설교를 하는 내 눈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제일 은혜를 받아야 할 장로님이 설교를 안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내 설교에 문제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심지어는 내가 못 마땅한가 하는 의문도 가질 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일 설교를 하는 중에 유달리 아멘 소리가 안 나오는 날이면 괜스레 힘이 빠지고 허탈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아내에게 은근히 설교의 평가를 받고 싶어 한마디 던지게 된다, “오늘 설교가 엉뚱한 데로 빠져 완전 죽 썼네“ 그러면 ”왜요 괜찮았어요, 은혜받을 사람은 다 받아요“ 그 한마디가 위로가 되어 조금 마음이 진정되곤 하였다.
그렇게 30여년을 설교를 하다보니 이제 설교에 전문가가 되었다고나 할까, 늘 자신감 있게 설교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 설교가 조금만 길어지면 주리를 트는 성도는 늘 있어 왔었다. 그런 성도들을 보면서 어차피 은혜 받을 사람은 받고 못 받는 사람은 못 받으니까 그렇게 치부하면서 지내왔다. 때로는 설교에 은혜를 못 받으면서, 그 듣기 싫은 설교를 들으면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는 것 또한 미스터리한 일이라고도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젊은 목사들이 설교하는 자리에 가게 되면 그 설교가 귀애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수준이 낮은 설교라고 여겨질 뿐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고 평가를 하는 버릇이 서서히 생기게 되었다. 때로는 설교가 귀에 안 들어와 정말 주리를 트는 경우도 있었다. 또 무슨 설교를 저렇게 오래 하나 싶고, 때로는 그렇게 설교하는 목사에게 분노를 느끼는 감정도 가져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느끼는 나에게 하나님께서 기도하는 중에 과거 내 앞에서 주리를 틀면서 설교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장로님을 보게 해 주셨다. 순간 나는 그분이 지금 나라는 사실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과거 내 설교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왜 주리를 틀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모습이 지금의 나라는 사실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그 장로님을 냉혹하게 정죄했기 때문이다. 목사의 설교를 안 듣는 것은 하나님 말씀을 안 듣는 것이고 이는 곧 하나님 머리위에 앉아 있는 교만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정죄하면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 교만한 장로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다. 젊은 목사라고, 설교를 좀 길게 했다고, 설교가 수준이 낮다고, 감히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듣지 않고 오히려 그 설교에 분노를 느꼈던 내가 바로 교만에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난 펑펑 울었다.
40-50년을 목회하면서 설교했던 연노하신 목사님께서 아들같은 젊은 목사가 설교를 해도, 앞자리에 앉아 아멘 아멘 하면서 하나님의 소리로 듣고 감격해 하는 진정한 목사님이 계신가 하면 다른 목사의 설교는 늘 평가 절하하고, 비평하고, 아주 설교를 안 듣는다는 것 아니, 안 듣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하고 주리를 트는 목사가 한둘이 아니다.
주일에 할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유명 목사의 설교를 듣고 그 내용을 카피하기 위해 설교를 듣는 것 외에 교계 행사에 참석하면 그날 설교는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 마지못해 앉아 있을 뿐 거의 귀를 막고 앉아 있는 목사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교만이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설교를 할때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중요한 메시지이기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다른 목사의 설교는 하나님 말씀이 아니기에 분노를 느끼는 이런 교만이 깃들어 있는데도 본인 스스로는 모른다, 내 설교만이 참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내 설교를 들어야 한다고...
다른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전해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면 그는 설교할 자격이 없는자 아니겠는가, 다른 목사님의 설교에 분노를 느끼고 주리를 틀고 있는 목사가 있다면 바로 그 교회 교인들이 그 목사의 설교에 주리를 틀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목사는 설교가 먼저가 아니라 설교(하나님의 말씀)를 듣는 자로 서 있어야 비로소 목사로써의 자격을 가진 자라는 사실, 목사는 설교를 하고 정말 내가 하나님말씀을 들은 대로 전했는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요즘 더욱 느끼게 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경청하는 것이다.(랄프 니콜라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삼상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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