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백의흠] 연말 결산

백의흠 목사 0 2019.12.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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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연말 결산을 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연말은 고정적인 반복을 거듭하면서도 고정적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다. 그 피곤하고 허전함 때문에 낭패감 중 가장 큰 낭패감은 물론 사람 앞에서 번듯하게 내놓을 수 있는 실적부족 탓이다. 이룩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연말 결산이라 하면 금년도에 얼마만큼 숫자로 표시할 수 있을만큼의 성과나 발전을 거두었는지 계산해 보거나 평가해 보는 것인데 그곳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오히려 연말결산을 통해 평가하는 우리의 모습은 낭패감과 자괴감으로 돌아 온다. 물론 성공적이었다고 나름대로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과 교회는 그렇지가 못하다. 때로는 독특한 수학 공식을 도입하여 나름대로의 안위를 받으려고 애를 쓰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목회나 신앙의 연말 결산을 질적인 수준으로만 보자고 우긴지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상황이 어렵게 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연말만 되면 대부분의 이민 교회는 소용돌이 친다. 다양한 이유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불만족을 금년으로 마무리 하고 새해에는 다른 곳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연말에 교회를 떠난다. 대부분은 말이 안되는 이유가 많지만 그래도 이것이 문제가 되고 또한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교인들과 교회에 큰 상처를 주고 결국에는 본인도 신앙과 생활에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다.

미국에 있는 어떤 사모님이 크리스챤 신문에 “주님 연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간단한 글을 올렸다.

“남편 목사님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사모님이 있다. 예결산회의를 위해 초저녁에 나간 남편이 그 다음날 새벽녘에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다. 회의 중 가장 많은 논란이 된 항목이 목사 사례비였다. 그 알량한 사례비조차 ‘줄이자’와 ‘그냥 두자’ 사이에서 하염없이 서글픔, 초라함을 느끼고 돌아 온 남편을 맞이한 아내 사모의 슬픔. 좋은 직장과 조건을 뒤로하고 목회자로 들어섰을 때는 가난도, 멸시도, 다 내것이라고 했지만 ‘목회 그만두고’라는 말이 입끝까지 나왔다. ‘미국 생활의 기본만 알아도 사는데 필요한 액수는 알 수 있겠건만’. 예결산과 직분 문제로 목회자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연말이다. 교회가 휘청거리기까지도 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이다. ”주님, 연말입니다. 이 연말에 목사님들의, 사모님들의 서글픔을 덜어 주시고 마음 졸임에서 쉬임을 얻게 하소서“”

실제로 이번에 내 친구가 목회하는 교회에서는 예산문제 때문에 홍역을 치렀고 많은 교인들이 떠났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금까지 예산 문제 때문에 시끄러운 적이 없었지만 많은 교회들이 연말만 되면 한바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낙담시키고 아프게 한다. 교회가 작기 때문에 더욱 더 어렵다. 연말이 되면 기쁨으로 단을 거두고 거기에 대한 감사가 나와야 하는데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연말의 결산을 통해 새해에 더 좋은 것을 주시는 것을 체험했다.

지금의 연말 결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이 언젠가는 결산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마치는 날 하나님 앞에서 내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살아 온 삶에 대하여 결산을 하게 될 것이다. 해마다 하는 지금의 결산은 다시 기회가 있지만 그 결산은 다시 기회가 없다. 그 결산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평가를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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