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이철수] 사람과 그릇

이철수 목사 0 2019.02.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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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람과 그릇(1)

사람의 학식과 그의 그릇됨은 별개의 문제다. 출신토양이 좋고 학위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존경을 받는데, 기실 그의 인격과 인품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내 경우는 학식도 없고 인품도 모자라니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보낸 세월이 있어 한마디 하고자 한다.

맹사성이란 어른은 세종 조에 좌의정을 지낸 청백리이다. 최영 장군의 손녀사위이기도 하다. 19세(1386년)에 장원급제하여 곧바로 어느 큰 고을의 군수가 되었다. 모두들 굽실굽실하는데 처음엔 당황하였고 몸 둘 바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하무인의 성격이 되었다. 그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인근의 어느 유명한 도인을 찾아가, 한 수 가르침을 청했다. 도인은 웃으며 한마디 했다. "군수 영감님, 그냥 하루하루 착하게만 사시면 됩니다."

젊은 맹사성은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내가 이래봬도 장원급제자요, 사서삼경을 꿰고 있거늘, 나를 초딩 수준으로 보나 해서였다. 맹사성이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 하자, 도인이  그를 불러 앉혔다.

"이왕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십시오." 도인은 정성스레 차를 끓여 대접했다. 그런데  찻잔이 넘쳐흐르지 않는가! 맹사성은 "도인께서는 어찌 찻잔이 넘치는데도 계속 찻물을  부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도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많은 학식이 인격의 그릇에 넘치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맹사성은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갔다.

논어에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 이를 번역하여 '넘치는 것은 조금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고 푼다. 옳지 않다. 지나치는 것과 모자라는 것은 둘 다 같은 것이란 뜻이다.

어느 교회에, 학식 있고 점잖은 분이 있어 그 교회 목사님이 이 분을 믿고 모든 교회 행사의 책임을 맡겼다. 그 해 전교인 수양회를 갔는데, 이 점잖은 분이 시간표대로 진행을 한답시고 꼭두새벽부터 각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달달 볶았다.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장로님이 되셔서 아직 잠을 자면 어쩝니까?", "집사님이 되셔서 시간도 안 지킵니까?"

다음 주 열 가정이 교회를 떠났다.

매사 지나치면 모든 일에 폐를 끼칠 뿐이다. 교회도 단체도 그릇이 된 사람이 필요한  소이연(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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