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회장님! 증경(曾經)회장님!

한준희 목사 0 2017.10.28 22:00

 

나는 30여년전 내가 존경하는 직장 상사가 있었다. 그 당시 그분은 우리 과의 과장님이셨고 나는 평범한 말단 직원이었다. 그후 나는 목사가 되어 미국에서 목회를 하게 되었고 그분은 그 직장에서 부장, 상무, 이사, 그리고 정부 산하 기간 최고위직 사장까지 지냈고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다.

 

그 상사와 작년에 만났을 때 처음에는 30년전 당시 호칭인 과장님으로 불렀다가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사장님으로 불렀다. 하지만 지금 사장도 아닌데 사장님으로 부르는 것이 또 좀 이상했다. 그렇다고 형님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호칭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사장님으로 불렀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냥 형님으로 부르세, 사장님이란 소리가 좀 그러네!”

하지만 나로서는 형님이란 소리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지금도 어정쩡하게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한번 사장은 영원한 사장아닌가?? 하지만 그분의 생각은 달랐다. 사장으로 임기가 끝났으면 더 이상 사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형님, 동생으로, 너와 나로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분을 존경한다.

사장의 지위가 끝났으면 사장이 아니라는 이분의 겸손함이 늘 우리 교계에서의 증경회장님으로 부르는 목사님들과 대조가 된다.

 

우리 교계에서는 노회장, 총회장, 교회협의회회장 직을 마치면 예외없이 증경회장님으로 부른다. 하지만 나는 증경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냥 여러 사람들이 불러왔기에 나도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희한하게도 증경이란 단어가 안 나온다. 아니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 있나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증경(曾經), 일찍이란 뜻에 증()이고, 날 경()자이다. 그냥 일찍이, 지나간 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이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조시대 때에도 전혀 다른 뜻으로 드물게 사용되었다고 기록되어져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 교계에서는 이 증경이란 말을 사용한다.

 

증경이란 한자어를 존경을 받을 만하다는 뜻으로 한자어 문맥상 맞지도 않는 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자 옥편에서도 증경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정확한 뜻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사용해 왔던 것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서부터 사용되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희한한 단어다. 그런데 이 이상한 단어를 교계에서 부담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목사님들이 이런 증경회장님이란 명칭을 듣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마치 회장님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회장인 것같은 느낌을 받아서 일까,

 

제가 존경하는 내 직장 상사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높은 직분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였다. 얼마든지 이사장님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런데 사장이란 소리가 듣기 거북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이라 부르지 아니하면 뭐라 존경해서 부를 호칭이 없다. 그래서 사장님으로 부른다.

 

증경회장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하면 뭐라 불러야 존경받을 만한 호칭이 될까, 전임회장? 왕회장? 정말 그렇게도 존경받을 만한 호칭이 없을까,

우리는 목사다. 목사 외에 그 위에 뭐라 붙여야 존경받을 만한 호칭이 될까,

목사! 하나님이 붙여준 호칭이다. 이 목사라는 호칭은 100% 하나님의 은혜로 받은 호칭이다. 이 호칭을 위해 우리는 인생 전체를 배설물로 여겨도 아깝지 않은 귀하고 귀한 호징 아닌가,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가서도 불러질 호칭 아닌가 싶다. 이런 귀하고 소중한 목사라는 호칭을 뒷전으로 두고 회장님! 증경회장님! 이렇게 불림 받아야 높아지는 것인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란다. 오늘, 이번주일이 그날이다.

뭘 개혁해야 500주년에 걸 맞는 개혁이 될까?

 

소위 교계 어른이시고 노회장, 총회장, 교협회장을 지내셨다면 교계의 선두 주자이시다. 이런 분들이 겸손하게 회장님, 증경회장님이라고 불러주지 말아달라고 이제는 그냥 목사로 불러달라고 자식같은 후배목사들에게 자신의 호칭을 내려 논다면 그게 개혁에 첫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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