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기억 상실

조진모 목사 0 2017.07.21 05:39

수박에 담긴 우동
표준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몇 년 전 독일 젊은이들이 ‘바보’라는 은어가 유행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보스’ 또는 ‘우두머리’ 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희 시절에도 은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수박에 담긴 우동’이었지요. 기억나십니까? ‘수박’은 머리뼈, 우동’은 그 안의 뇌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표현입니다.


은어는 한 시대의 풍토를 간접으로나마 반영하는 듯합니다. 사실 옛날에는 머리를 ‘수박에 담긴 우동’ 정도로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남성들에게 좀 더 적용이 되겠지만, 힘든 기합의 대명사 ‘원산폭격’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학교 선생님 중에 작고 굵은 몽둥이로 학생의 머리에 혹이 나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게임을 해서 진 사람의 이마를 세게 내려치거나 꿀밤을 먹이곤 했습니다. 한길에서 자전거를 탈 때에 저나 친구들이나 헬멧을 착용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머리는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팔과 다리가 없다면 매우 불편하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생명 자체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장기 중에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갈비뼈의 보호를 받을 뿐입니다. 그러나 머리는 다릅니다. 머리뼈가 그토록 단단한 이유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뇌에 대한 정보를 대하면서 평소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섬세하고 다양한 기능 때문입니다. 뇌 전문가들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뇌는 결코 ‘수박에 담긴 우동’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심오한 지혜를 가득 담은 ‘신비 덩어리’입니다.


기억
뇌의 기능 중 우리 삶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 기억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혹시 차 열쇠 또는 핸드폰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찾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지 않으세요? 잘 보관하겠다고 특정한 장소에 둔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곳에 어딘지 몰라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세요?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지정 장소를 정해두는 습관을 키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 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기능이 약화되듯이, 뇌의 기능도 점점 떨어져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얼굴에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생기는 것을 막을 길이 없는 것처럼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억 능력은 20대 후반에 절정을 이룹니다. 35세부터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40대부터 치매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깜빡”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중요한 약속을 까마득하게 잊었다거나 갑자기 가족의 이름이나 본인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생겼나요? 노화로 인한 기억력의 감퇴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매우 당황스럽고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삶의 순환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온 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처해 나아가 할 것입니다.


기억 상실
우리는 기억 속에 살아갑니다. 뇌는 기억을 만들어내는 부분과 저장하는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기억을 만들어내는 일을 담당하는 중추기관을 ‘해마’라고 부릅니다. 길이가 5Cm이고 두께는 1Cm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억이 저장되는 기능은 뇌의 표면부위에 있는 ‘내뇌피질’에서 이루어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해마’에 들어온 기억이 모두 ‘내뇌피질’로 전달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기억을 상실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그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장된 기억도 사라질 수 있지만요.
우리 주위에 기억의 달인 들이 있습니다. 90세가 넘어서도 쉬지 않고 성경을 암송하시는 어른이 계십니다. 영화 ‘레인 맨’이 실제 주인공인 킴 픽은 아주 낮은 지적 수준을 지녔지만, 만권이 넘는 책을 암기하고 우편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는 실력을 지녔었습니다. 기억력이 남들 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있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기억 상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이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을 가졌던지, 얼마나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던지 예외가 없습니다. 심한 중증이 찾아오면, 평생 함께한 배우자와 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합니다. 최후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억은 상실하는 것입니다.
 
기억 상실은 축복
‘과잉기억증후군’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과거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는, 일종의 병입니다. 기억은 상실하는 것이기에, 계속 기억하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 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아니라, 앉으나 서나, 낮이나 밤이나 과거의 기억이 찾아오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에 사로 잡혀 살게 되는 것입니다.


남달리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것이 자랑거리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그 당시 경험하였던 감정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에 결코 평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이런 병에 걸린 한 여인의 모습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기억과 함께 찾아온 슬픔과 분노 등으로 시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은 축복입니다. 반드시 잊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이사야 43:18)”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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