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주진경] 가을 소묘(素描)

주진경 목사 0 2019.10.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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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세월, 달리는 시간 속에서 계절은 가고 온다가을이 오는가 했는데 어느덧 단풍이 한창이다시외로 차를 몰았더니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이 한창이었다

 

심장을 혜치고 나온 듯, 빨갛게 물 들은 단풍 잎, 그런가하면 노란 형광등을 켜 놓은 듯 투명하게 물들은 노란 단풍 잎들이 땅에 떨어져 딩굴고 있다. 더러는 지나는 사람의 발에 밟히거나 굴러가는 자동차의 바퀴에 이깔려 소멸되어 가고 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그 잎 새들을 하나씩 주어 손에 들었다. 그 잎새가 무슨 돈의 값이 나가는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 아름다운 것을 차마 밟고 갈수가 없어서이고, 그 아름다운 것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그 많은 잎새들 중에서 하필이면 이 잎새들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에는 수종(樹種)에 관계없이 모든 잎새들이 푸르청청 하기만 하던 것들이 동면(冬眠)의 계절을 앞두고 추수의 때가 되니 자기 색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푸르기만 하던 잎새들이 단풍으로 변하는 것은, 기후가 내려가면서 찬바람과 찬 햇살을 받으면서, 이파리들 속에 있는 엽록소와 황색을 나타내는 카로터노이드”, 그리고 적색을 나타내는 안트시아닌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 이라고 하나, 결론적으로는 엽록소가 최대한으로 자기배출을 하면서 빨갛고 노란 아름다운 색소가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변화에서 인간들은 무엇을 배우는가동면의 계절을 앞둔 나무 잎새들의 사람을 즐겁게 하는 변화에서 배우는 바가 있다. 우리 인생들에게도 누구에게나 한때 푸르고 푸른 젊은 계절이 있다. 숨 쉬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계절의 휴면이 아니라 인생 휴면(休眠)의 계절, 인생의 가을, 인생 추수의 계절이 있다

 

사도 바울은 세상에서 유익한 자기의 모든 것들을, 학문, 신분, 지식, 재물 등을 배설물로 여기고 오직 그리스도 예수님만을 위하여 그의 전 생()을 바치고 영광의 면류관을 향하여 달려간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신앙인이었다. 관제와 같이 마지막 한 방울 까지 제물로 부어진 그의 삶은 하나님께 알려진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7:1-2)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다"고 하였다. 그 이름은, 예수님이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천지가 진동하는 하나님의 나팔소리 가운데 구름타고 오실 때 부르시는 이름인 것이다.

 

---나팔 불때 나의 이름 ---나팔 불 때 나의 이름..... 부를 때에 잔치 참여 하겠네.---

 

국민하교(일제시대)시대, 중학교 시대에 입학전형을 마치고 얼마동안을 기다렸다가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에, 학교 정문과 학교 담벼락에 하얀 창호지에 검은 붓 글씨로 합격자 명단을 써 붙이던 시대에 나는 학교를 다녔다. 합격자 발표일에 지망한 학교에 가서 그 발표 명단을 읽어 내려가며 말 할수 없이 가슴을 조렸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합격자 명단을 글자 순을 따라 읽어 가다가 자기 이름이 발표 명단에 있을 때의 감격, 그 때 외쳤던 환호성 .... 그러나 글자를 따라 읽어 가다가 있어야 할 순서의 자리에 자기 이름이 없어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내려앉게 절망하는 이웃도 보았다.

 

7:2절의 말씀은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다. 초상집에는 하나님의 나팔소리가 날 때에 불리우는 이름과, 불리우지 않는 이름이 있다. 하나님께 아름답게 알려진 이름과, 버려지는 무익한 이름이다.

 

잔치 집에서는 먹고 입고 마시고 자기 마음을 즐겁게 하나 배설되고 소멸될 기름 진 음식과 번쩍이는 술을 즐기는 것으로 종말을 맞게 된다. 초상집에 가서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 영원으로 가는 아름다운 이름의 삶과, 영멸의 나락(奈落)으로 떨어지는 인생 과정을 배우게 된다.

 

가을은 추수하는 계절이요, 떠날 채비를 하는 계절인 것이다. 어느 커피 상품 포장에는 참으로 그럴듯한 광고문구가 적혀 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이 좋다. Taste good to the last drop)

 

휴면기를 앞둔 추수꾼 권속(眷屬)들은 분요한 시대에서, 악한 세대에 물들지 말고 마지막 한 순간까지 최선의 아름다운 이름의 삶의 길을 같이 가기를 바란다. 계절, 동면의 계절이 지나면 씨 뿌리는 계절은 다시 오지만, 인생은 휴면의 계절이 지나도 인생의 씨를 뿌리는 계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세월은 빠르고 시간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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