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백의흠] 선입감

백의흠 목사 0 2018.01.04 09:52

오늘 예배를 마치고 오후 4시쯤에 Kensington에 있는 Homeless에게 찾아 갔다. 

보름 전에 아내가 그 곳을 지날 때 홈리스들이 철교 밑의 다리 아래에서 매트리스와 종이박스를 깔고 잠을 자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두꺼운 겨울 잠바라도 갖다가 주자고 몇 번 말을 했는데 그동안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새 날씨가 너무 추워 홈리스들이 고생한다고 아내가 오늘 가자고 한다.
어제 집에 오자마자 홈리스들에게 줄 옷을 챙긴다.
나는 나의 오리털 파가와 겨울 잠바들을 찾아 냈다.
아내는 자기의 겨울 잠바와 무수탕을 챙긴다.
지난 성탄절부터 날씨가 급강했다.
오늘은 낮 최고 기온도 14도(영하 10도)다.
내일은 아침 기온이 5도(영하 15도), 체감온도가 -4(영하 20도)다.
약 일주일 간이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영하 10도 정도이다.
엄청난 추위다.
이번 주간도 내내 춥다. 
이번 주 목,금,토요일은 6도(영하  15도)까지 떨어진다.
아내가 홈리스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다고 한다.
우리 가게 근처에도 홈리스들이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자는 것을 보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 갔는데 Kensington에 홈리스 수십명이 진을 치고 길에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한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견디나?"
아내가 오늘 그곳에 가겠다고 말을 해서 내가 아내에게 그곳의 홈리스들에게 옷과 빵과 함께 10불씩이라도 주자고 제안하니 아내가 돈을 주면 마약이나 술을 사 먹으니까 돈은 주지 말고 옷과 먹을 것만 갖다 주자고 한다.
두꺼운 겨울 잠바를 열벌 넘겨 챙겨 한아름에 들러 쵸코파이 10박스를 사서 물과 함께 봉투에 하나씩 담아 예린이를 데리고 홈리스를 찾아 갔다. 
아내는 그 곳에 가까이 가자 "무섭다"고 "괜히 가나?"하면서 후회한다.
위에는 철교로 기차가 지나가고 밑에는 도로로 이루어진 Kensington은 낮에 가도 길 자체가 무섭다.
움침하고 길거리 사람들도 선량한 흑인들이 아니라 대부분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흑인들이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총기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다.
아내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무섭다고 하는데 그 때는 컴컴한 저녁이었지만 오늘은 아직까지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도 무섭다고 징징거린다.
자기가 먼저 말을 하고 제안을 했는데도 후회한다.
나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어 혹시 강도나 사고를 당할 때를 대비하여 지갑에 지폐 몇 장을 집어 넣었지만 그보다도 그곳에 가면 아직 낮이기 때문에 홈리스들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만 든다.
Lehigh Ave.바로 전의 Kensington Ave의 다리 밑에 양쪽으로 30여명의 홈리스들이 더러는 누워 있고 더러는 앉아 있다.
그 곳의 길가에 차를 세우고 홈리스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자 10여명 넘는 홈리스들이 모여 든다.
아내가 "Korean Church에서 왔다"고 말하고 쵸코파이를 나누어 주자 어떤 홈리스는 받자 마자 뜯어 먹는다. 
어떤 홈리스는 "물도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어떤 홈리스는 "여자 자켓도 있냐?"고 물어 본다.
옷을 받아 든 홈리스들이 좋아 한다.
몰려 온 홈리스의 대부분은 백인 남자들이지만 흑인 남자들도 있고 백인 여자도 두명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순수해 보였고 우리 가게에 오는 junk들의 모습과는 다른, 한명 한명이 정이 가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선입감이 무섭다.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가기 전에는 무서워 하던 아내가 두려움이 없이 상냥하고 진지하게 그들을 대한다.
오히려 그들에게 충분한 옷과 먹을 것을 주지 못한 아내가 아쉬워 한다.
아내가 그 곳을 떠나면서 아침에 가게에 가면서 또 다시 오자고 한다.
아내가 말한다. 

"밤에 잠을 잘 때마다 눈 앞에 홈리스들이 아른 거렸는데 이제는 밀린 숙제를 한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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