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미완성의 기다림

백의흠 목사 0 2017.01.17 05:03

중국 동부의 한 농부가 자신의 농장에 대나무를 심고 기다렸다. 첫해에는 아무 싹도 올라오지 않았다. 둘째 해에도 아무 싹도 보이지 않았다. 셋째 해에도 넷째 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섯째 해가 되었을 때 수백평방 미터의 땅 밑에 대나무 뿌리가 빽빽이 퍼져 있었으며 마침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대나무 싹들이 지면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대나무들은 하루에 한 자가 넘게 자라났다. 불과 여섯 주만에 15미터 이상씩 커졌다. 농부는 그 대나무를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이 대나무는 ‘모소’라고 하는데 싹을 내기 전에 사방 수십 미터씩 뻗어 간다. 그래서 일단 싹을 내면 뿌리에서 보내주는 거대한 양의 자양분 덕분에 순식간에 대나무 숲을 이루게 된다. 5년이라는 기간을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기 위한 준비 기간인 셈이다. 

...

오늘날 한국 사람의 큰 약점 중에 하나가 기다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성미가 급하다. 빨리빨리를 외친다. 이것 때문에 놀라운 성과도 많이 이루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많이 끼친다. 빨리빨리 먼저 가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서 너도 못 가고 나도 못 가고 늦어진다. 현대는 인스턴트, 즉석의 시대이다. 라면 끓여 먹는 10분이 아까워 당장 끓여 먹여야 한다.그래서 1분에 OK가 나왔다. 어떤 분은 인내가 없어서 하나님께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서, “하나님 저에게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주시옵소서. 그런데 당장 인내를 주시옵소서”라고 한다.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인내하지 못하는 것, 여기에 우리 한국인의 비극과 약점이 있다.
 

‘기다림’은 신앙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이다. 성경의 약속과 축복들이 거의 다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간의 범죄 이후에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메시야를 보내신다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다. 그런데 그 약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이 메시야를 기다리다 지쳐서 이제는 어쩌면 메시야는 안 오실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때에 하나님은 ‘때가 차매’ 예수님을 보내셨다. 예수님의 재림도 마찬가지이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지 이천년이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예수님을 고대하며 신앙을 지키며 죽어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예수님은 오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주님은 분명히 오실 것이다. 우리가 성경의 약속들을 믿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런데도 그 약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그 약속이 나와는 무관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내가 그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신앙은 기다림이다. 그것도 그냥 할 수 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대나무를 심고 하루 아침에 “큰 나무가 될 줄 믿습니다‘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신념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 왔다. 진정한 신앙은 대나무를 심어 놓고 대나무가 숙성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 안타까움과 마음 졸임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숲의 무성함의 결실을 볼 수 없다. 1년의 무수확도, 2년도, 3년, 5년간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러나 결국에는 엄청난 대나무 숲을 보게 된다. 우리의 신앙도 기다림 속에서 풍성함을 맛보게 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
 

금년도 다 지나간다. 이번 주가 2016년의 마지막 주이다. 올해 한 해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이 기다려 왔는가! 자녀들의 성공도, 소원의 성취도, 사업의 번창도, 우리의 목표 달성도, 우리 가정의 행복도,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 진 것이 없다. 굴곡이 있고 희비(喜悲)가 수없이 교차되는 삶이었다. 어려움이 있었고 고통이 있었지만 이것이 조금 지나면 역전이 되고, 또 잠깐동안의 희망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되어 더 큰 시련과 좌절을 가져 다 주고, 이런 모습으로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마치 미완성의 교향곡처럼 끝을 맺는 한 해이다. 그러나 ‘미완성의 교향곡’이 얼마나 훌륭한 명곡인가? 이룬 것이 없고 완성된 것이 없이 한 해를 끝내지만 우리의 삶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2017년을 다시 써야 한다. 그리고 완성시켜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완성시키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도 써야 한다. 우리 주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시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다음과 같은 ‘인생은 미완성’이란 노래 글을 썼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가 마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나그네인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가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곱게 새겨야 해. 우리의 인생은 결점과 모순을 가지고 있는 미완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미완성품이다. 항상 모순과 결점을 포함하고 있다./
 

다 미완성이요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과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것이다. 아내와 남편 사이나 부모 자식 사이도 미완성이요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인 존재이기에 더 사랑하고 더 아껴주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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