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쯤의 일이다.
내가 출석하고 있던 교회에 아주 연세가 많으신 권사님이 계셨다.
이조 말에 궁궐에서 바느질을 하여 예복 등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침모직에 계셨다고 하셨었다.
내가 그 교회에 다니고 있었을 때에, 그 권사님의 연세가 여든이 넘었었다.
허리가 새우등처럼 굽으신 분이셨다.
그런데도, 그 권사님께서는 돋보기를 쓰지 않으시고 바느질을 하셨었다.
예순을 넘긴 따님을 위하여 손수 바느질을 하여 치마를 만들어 주셨었다.
돋보기를 쓰지 않으시고 깨알같은 활자로 되어 있는 성경책을 읽으셨었다.
그 권사님의 모습을 뵈면서, 종종 기도를 드렸었다.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돋보기를 쓰지 않고 성경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시옵고, 안경을 쓰지 않고 운전을 하게 해 주시옵소서!” 라고 수시로 기도를 드렸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드리는 기도의 반을 들어 주셨다.
돋보기를 쓰지 않고 성경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십사는 기도는 들어 주셨는데, 안경을 쓰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사는 기도는 들어주지 않으셨다.
해가 감에 따라, 눈에 느껴지는 피로도가 높아져갔다.
5분 정도 책을 읽으면, 활자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책장이 뿌엿게 보였다.
책을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5분 정도 책을 읽고, 2-3분 정도 딴짓을 하다가 다시 책을 읽고를 반복해야 했다.
그런 형편이었으니, 독서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눈 비타민”을 복용해 보라고 권했다.
Lutein 40 mg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몇 년을 계속해서 복용했지만, 효과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어떠한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뉴욕총신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했었다.
걱정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데, 5분 읽고 2분 쉬고, 5분 읽고 3분 쉬고를 되풀이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때까지 응답을 미루고 계셨던 하나님께서, 내가 수시로 드렸던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믿겨지지 않는 일이 생겨난 것이었다.
계속해서 책을 읽어도 활자가 겹쳐 보이지도 않았고, 책장이 뿌옇게 보이지도 않았다.
시간이 나는대로 책을 붙들고 있어도, 눈에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에는 두 차례의 식사 시간과 화장실을 오간 시간을 제외하고 11시간을 계속해서 책을 붙들고 있었다.
밤에는 안경을 쓰지 않고서는 전혀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눈은 난시가 심하다.
그랬었는데, 요즘은 안경을 쓰지 않고 밤에 운전을 한다.
물론 먼 곳에 있는 이정표를 읽지 못하는 어려움은 있다.
내가 아는 길을 운전해 갈 때는 밤에도 안경을 쓰지 않고 운전을 한다.
안경을 쓰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내가 태어난 때가 1953년 초가을이었다.
한국식 나이로는 예순 넷이고, 미국식 나이로는 예순 둘이다.
노안 증세가 진즉 왔어야 할 나이다.
헌데, 아직 돋보기를 써 본 적이 없다.
문제가 됐던 눈의 피로 증상을 고쳐 주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밝히 읽을 수 육신의 눈을 고쳐주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영의 눈도 밝혀 주실 것으로 믿고 기대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