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오래 전의 일입니다. 친구 목사님이 담임하고 계시는 교회의 가족 수련회에 동행했었습니다. 새벽에 산책을 하면서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바로 옆방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 교회의 부목사님이셨습니다.
둘이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둘이 걷는 산책로 앞에 쓰레기가 보였습니다. 그 쓰레기를 줍는 저를 보신 목사님께서 “저는 그 쓰레기를 못 보았는데... 나란히 같은 길을 걷는데, 쓰레기가 누구 눈에는 보이고 누구 눈에는 안보여요.”
종종 그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쓰레기가 왜 누구 눈에는 보이고, 누구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 쓰레기가 보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쓰레기를 줍지 않고 지나쳐도 되는 것일까? 뭔가 좋지 않은 일을 획책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르는 척 침묵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외면해야 하는 것일까?
쓰레기를 왜 보여주셨을까? 그냥 지나치라고?
좋지 않은 일을 획책하는 것을 왜 알게 하셨을까? 그냥 침묵하라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이 있음을 왜 듣게 하셨을까? 그냥 귀를 막고 있으라고?
아니다. 쓰레기를 주우라고, 좋지 않은 일을 획책하는 것을 막으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고, 보여 주시고, 알게 하시고, 듣게 하신 것이다.
나에게 보여주신 것, 나에게 알게 하신 것, 나에게 듣게 하신 것, 그것들이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일(사명)이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