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반성문(反省文)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반성문을 자주 쓰게 했다. 내가 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반성문을 써 본 적은 없다. 내가 모범생이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난 장난꾸러기였고, 또래 학생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못된 짓을 많이 했었다. 내가 반성문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단지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걸렸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수시로 가방 조사를 했었다. 가방 안에 학생들이 소지해서는 안되는 물건들이 들어있는지를 조사해서 압수하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속해 있는 반은 가방 조사를 하지 않았다. 나 때문이었다. 나는 중 1 때부터 담배를 피웠었다. 내가 중 1때 반장이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알고 계셨다. 가방 조사를 하면, 내 가방에서 담배와 치약 - 담배를 피운 다음에 냄새를 제거하는 데 필요했다 - 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내가 무기 정학 처분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예 가방 조사를 하지 않으셨었다.
중 2때였다. 동급생들 10여 명과 함께 극장엘 갔었다. 다른 반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들끼리 극장에 갔다가 단속에 걸리면 무기 정학 처분을 받던 시절이었다. 입장권을 구입해서 극장 안으로 들어 갔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단속을 나와 계셨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생님께서는 나를 못본 척 하시고 돌아 서셨다. 어떡한다? 그냥 선생님을 못본 척 해? 그럴 수는 없었다. 돌아서 계시는 선생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아! 이 놈 봐! 이 놈도 극장에 다니네?" 하시더니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먹이셨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영화를 보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입장권을 구입해서 들어 왔는데 그냥 나가기도 그렇고... 엉거주춤하고 있는데, "이 놈들아, 돈 내고 들어 왔으니 영화는 봐야지!" 하셨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만사태평인데, 친구들은 좌불안석이었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을거야!" "네가 어떻게 알아?" "이 자식들아, 내 말을 믿어!" "........" "반장인 나를 무기 정학시키면 담임 선생님 꼴이 뭐가 되겠니? 니들 오늘 나랑 같이 걸린 게 다행인 줄 알아!" 그랬다. 우리 모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반성문 한 장 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반성문을 쓰게 하려면, 우리를 무기 정학에 처해야 하니까...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가까운 분들에겐 성탄 인사를 드렸었다. 새해가 되면 신년 인사를 드리곤 했었다. 헌데, 지난 성탄절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새해를 맞아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바빠서라는, 시간이 없어서라는, 써야할 기사가 많아서라는 핑게를 들이댔었다.
오늘 평생동안 한번도 쓰지 않았던 반성문을 썼다. 마음 속에 난생 처음 반성문을 쓰면서, 반성문이라고 하는 게 사람을 쑥스럽게 만드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계면쩍은 글은, 이런 불편한 글은 다시 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반성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써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하나님께 기도드릴 때마다 하는 회개가 반성문이었다. 사람에게 쓰는 반성문을 쓰는 데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하나님께 쓰는 반성문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 왔을까? 하나님이 너무 넉넉한 분이셔서? 하나님이 아버지셔서?
하나님께 쓰는 반성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이유가 내가 하나님께 짓고 있는 죄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닐까? 그런 것이라면, 미루지 말고 반성문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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