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협(회장: 이종명 목사)의 홈 페이지가 새롭게 단장됐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두어 주 전 쯤의 일이었던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새롭게 단장된 공간에 축하의 글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전에 방문을 했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치장된 뉴욕 교협의 홈 페이지를 둘러 본 느낌은 회장이 아무리 바뀌어도 의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맨 먼저 하는 일이 전임 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었는데, 이종명 회장도 역시 그러했다. 새롭게 문을 연 뉴욕 교협 홈 페이지의 어느 곳에서도 지난 회기에 올려졌던 게시물들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말하면, 이전에 있던 집을 완전히 부셔서 철거해 버리고, 그 자리에 집을 새로 지은 모양새였다. 옛집에 있던 가재 도구를 깡그리 내다버리고, 살림살이 모두를 새로 장만한 격이었다. 가구랑 식기랑 그대로 두고, 외부벽에 페인트 칠하고 내부벽에 도배만 새로 했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건축비보다는 개보수비가 훨씬 덜 드는데...
새로운 회장단이 임기를 시작했으니, 첫 페이지의 외양을 치장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게시판은 계속해서 사용하면 된다. 모든 게시판을 삭제하고 새로운 게시판을 설치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전에 사용하던 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이 뉴욕 교협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소중한 자료들을 왜 흔적도 없이 지웠는지 모르겠다. 혹시 방문객들이 볼 수 없는 공간에, 예전에 올려졌던 글들을 보관해 두었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게 했다면, 그렇게 숨겨(?) 두어야 할 까닭이 없다.
기왕에 방문을 했으니, 축하의 글이라도 남기려고 회원 등록을 시도했는데... 5-6번 정도 하다가 포기했다. 계속해서 에러가 났다. 나는 컴퓨터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컴퓨터 실력은 목회자들의 평균 컴퓨터 실력은 넘을 것이다. 거의 20년 가까이 몇 군데의 홈 페이지를 관리해 오고 있다. 내가 회원 등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에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서, 회원 등록이 용이하도록 수정하기 바란다.
홈 페이지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오늘은 이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이번 호에 실을 글을 보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사나흘 동안 무슨 글을 쓸까를 고민(?) 했었다. 마땅한 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다. 늘 그러는 것처럼, "하나님! <기독 뉴스>에 보낼 글을 써야 하는데, 뭘 써야 하지요? 하나님께서 제 생각을 주장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짧게 기도를 드리고, 노트북의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홈 페이지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으니, 계속해서 써 나가자.
지난 2월 28일 주일에, 자기가 개척한 교회를 30년 가까이 섬겨왔던 교회를 "자진 사퇴"한 목회자가 있다. 한국 방문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자진 사임"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은 취재 본능이 발동하여, 그 교회의 홈 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다. 그 목사에 관한 게시물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교, 칼럼, 교회의 역사에서도 그 목회자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새교우" 게시판에 올려져 있던 사진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북한에서 장성택이가 처형됐을 때, 모든 기록물에서 그의 사진을 삭제했다는 보도를 접했었다. 북한에서는 장성택이만 지웠었다. 장성택이 곁에 있는 사람의 사진을 지운 것은 아니었다. 헌데, 이 교회는 그 목회자가 들어가 있는 사진은 아예 통째로 지워버린 것이었다. 도대체 그 목회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틀 만에 "자진 사임"을 해야만 했을까? 그 교회를 개척하여 30년 가까이 시무해 왔던 목회자에 관한 모든 기록을 흔적도 없이 지웠어야 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일까?
잊고 싶은 일들이 있다. 지우고 싶은 일들이 있다. 흔적도 없이 빡빡 문질러 버리고 싶은 일들이 있다. 헌데, 그게 안 된다. 내가 잊어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지워도 누군가가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 내 컴퓨터에서 지워도 여기저기에 떠 다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맨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워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지우면 죄가 되는 것들이 있다. 역사는 지워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울 수도 없는 것이다. 있었던 대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아름다웠던 일도, 부끄러웠던 일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이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성경에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일들이 기록되어 있는가? 훌륭한 일을 통해서만, 우리가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일을 통해서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배운다. 나쁜 일을 통해서는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배운다. 역사를 통하여 배운다는 말이 그 말이다.
이 시간부터는, 더 이상 지우지 말자! 차곡차곡 기록해 나가자! 뉴욕 교협의 차기 회장단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우리 교회의 다음 목회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나도 지우지 말고 쭈욱 이어서 기록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