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칼럼

필그림교회, 이제 떠나야 할 때

김동욱 0 2017.01.17 00:54

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 제80차 정기노회가 12 6() 오후 6시부터 뉴저지 머릿돌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회무의 하이라이트는 "필그림교회 건"이었다. 교단관계를 해소하기를( 교단을 탈퇴하기를) 원하는 필그림교회(담임 양춘길 목사)를 내보내주느냐, 계속해서 붙잡고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이날 회무의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 

 

결론은 내보낼 수 없다고 났다.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를 허용하자는 쪽에 투표한 사람이 24(30%), 허용할 수 없다는 쪽에 투표한 사람이 56(70%), 투표를 똑바로 하지 않았거나 못한 사람이 2명이었다. 2/3를 상회하는 사람들이 내보낼 수 없다는 쪽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쪽에 투표를 했다. ? 그랬을까? 나가겠다는 사람들을 내보내주면 될텐데, 왜 거부를 했을까? 

 

쌓여 있던 서운했던 감정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건가? 나가면서 내놓겠다고 한 돈의 액수가 너무 적었는가? 둘 다였는가? 내가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이런저런 정보를 종합하여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필그림교회를 교단에 붙들어 두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너희들 뜻대로 보내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이 아닐까? 너희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데, 겨우 60만 불 내놓고 나가겠다고? 그것도 5차례에 걸쳐 나누어 내겠다고? 웃기고 있네? 그런 생각들을 한 것은 아닐까내가 투표 당사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 뿐이지...

 

결과는 나왔다. 이제 선택은 필그림교회의 몫이다. 노회의 결정대로 계속해서 교단에 남아 있거나, 모든 것을 다 내놓고 교단을 떠나거나... 

 

필그림교회가 교단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남아 있을 수도 없다. 그동안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이 '동거'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깊은 골을 만들어 놓았다. 같이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면, 헤어지는 것이 좋다. 노회는 필그림교회를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떠나보낼 수 없다고 결정을 했다. 노회가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떠나보낼 수 없다고 결정을 했더라도, 필그림교회는 교단을 떠날 수 있다. 빈 손으로 떠날 수는 있다. "엄청난 상처를 준" 사람들을 떠나보내면서, 그것도 노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교단에서 뭔가를 챙겨줄 것 같지는 않다. 나가려면 그냥 나가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느 집에 시집가서 고생고생하며 시집의 살림을 일궈놓은 며느리가, 시집이 싫어져 떠나겠다고 하니까, 늘려놓은 살림에 일절 손대지 말고, 빈손으로 나가라는 격이다. 어떠겠는가? 나가려면, 시키는대로 하는 수 밖에... 

 

나는 양춘길 목사가 양 목사를 지지하고 따르는 필그림교회의 교우들과 함께 새로운 교회를 개척할 것으로 믿는다. 그 길 외에는 양 목사에게 길이 없다. 지금의 필그림교회를 그대로 두고, 양 목사가 교회를 떠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다. 필그림교회의 앞으로의 여정은 당회와 공동의회를 통해서 결정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큰 손해이니 그대로 노회에 남아 교회 건물을 지키는 쪽을 택할 것인지, 지금껏 믿어왔던 신앙의 신념에 따라 건물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광야"로 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필그림교회의 교단탈퇴 건이 노회에서 부결되자 양춘길 목사와 신대위 목사는 본인들의 교단 탈퇴 건을 철회했다. 이를 두고 말이 많다. 한번 탈퇴한다고 했으면, 탈퇴를 해야지 왜 생각을 바꾸었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양 목사 등이 탈퇴 건을 철회한 것은 바른 결정이었다고,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필그림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쉽이다. 양 목사가 교단 탈퇴를 철회하지 않았으면, 양 목사의 교단 탈퇴 건은 틀림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내 판단은 그렇다. 그렇게 되었으면, 필그림교회에는 임시당회장이 파견될 것이다(이미 임시당회장이 결정되어 파견되었을 것이고, 양 목사는 11일 주일 예배의 설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양춘길 목사가 비노회원이 됨과 동시에, 양 목사는 필그림교회 담임목사의 지위를 잃게 된다. 즉시 교회를 떠나야 한다. 필그림교회는 리더쉽 부재의 극심한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필그림교회의 당회와 공동의회가, 양춘길 목사 주도의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기로, 교단과의 결별에 따르는 모든 결정을 새로운 교회의 (가칭)운영위원회에 일임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교회의 운영위원회가 결성될 때까지, 양 목사는 필그림교회의 당회장 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이야기도 썼고 저런 이야기도 썼다. 글을 쓰는데, 정신 나갔다고 욕을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필그림교회가 양춘길 목사와 함께 PCUSA 교단을 떠나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했을 경우에, 교단과 필그림교회가 상의하여 지금껏 필그림교회가 예배를 드려온 교회 건물을 필그림교회(교회의 이름이 바뀌겠지만)가 계속해서 사용하게 하면 어떨까?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양춘길 목사와 행동을 같이 할런지 모르지만, 새로운 교회(뉴 필그림교회라고 하자)가 예배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필그림교회가 떠나게 되면, 현재 필그림교회가 예배를 드리고 있는 건물은 비게 된다. 그 큰 건물에 입주할 교회를 찾는 일도 수월치는 않을 것이다. 교단과 뉴 필그림교회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뉴 필그림교회는 예배 처소 문제를 해결하고, 교단은 건물 모게지와 관리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거야말로 윈-윈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를 향해 정신 나갔다고 하지 말고, 양측 모두가 이제 냉정해지길 촉구한다. 더 이상은 감정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기에 때에 따라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것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 어떤 말은 못이 되기도 한다. 아주 깊은 못이 되어 심장에까지 박히기도 한다. 웬만큼 섭섭한 이야기는 금세 훌훌 털어내는 나이지만,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말이 있다. "병신!"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병신"이라는 단어는 비수보다도 더 날카롭게 살에 박힌다. PCUSA 동부한미노회원들에게 그런 상처가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상처에서 분출된 분노가 이번 투표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PCUSA 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 측에 부탁한다. 이제 잊어야 할 것들은 잊고, 털 것은 털어 버려라! 웃는 낯으로 떠나보내지 못해 미안해 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고, 앞으로 같은 상황이 생기면 절대로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라! 

 

[필자 주] 이 글을 쓰면서,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 생각이 나서였다. H 목사님... 단 한 차례도 따로 만나 식사를 같이 한 적도, 차를 같이 마신 적도 없다. 다른 분들과 섞여 있는 자리에서 가끔 뵈었다. 그렇게 뵙고 지낸 지가 15년은 더 된 것 같다. 먼 발치에 계셔도, 내가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는 몇 분 안되는 목사님들 중 한 분이시다. 이 글이, 그 목사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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