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그랬는데
- 양희선 -
한번 토라지면
옛날, 잊혀져 기억에도 없는 일까지도 들먹인다
아들이 잘못해도
부전자전, 덤으로 끼어 들어가는 공범이 된다
머리에는 솥뚜껑 같은게 들썩들썩 하지만
내색않고 참음이 평화의 길이다
참지 않으면
이 나이에는 전쟁을 이길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
전날에 호령하시던 우군도 없다
참을 인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하였던가
참는자가 이기는 자라는
어르신의 말씀이 헛말은 아니다
밖에서 채이고
안에서는 발 뒤꿈치를 들어야 하는
남자는
죽지않고 쪼그라져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