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뼈들, 주께서 아시나이다
- 양희선 -
파랗고 화창한 아침부터 가게 옆 소방서가 분주합니다
제복을 차려 입은 소방관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귀에 익은 Amazing Grace가 공간에 퍼집니다
거리 위로 치솟은 소방차 사다리위에도 성조기가 펄럭이고
경찰오토바이들이 앞서고 소방차들이 뒤 따르며
소방차 위에는 꽃들로 장식된 무엇이 놓여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일렬하여 예를 갖추고
누군가의 기나긴 삶의 행진이 2분 정도 짧은 행사에 끝나고
다시 Amazing Grace와 함께 그는 멀어져 갑니다
화마와 싸우듯
남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살다가 돌아가는 자를 위하여
하늘도 보답하듯 청명한 아침입니다
길가 교통 표지판에도 RIP 그의 이름이 홀로 번쩍입니다
엄숙한 순간마다 다가올 상황을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과 싸우다 갈까?
위에 있는 내가 아래에 있는 나를 바라보던 꿈이 떠오릅니다
꿈이 어떤 암시 라면
미리 보는 그날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찾아오는 사람 있을지 모르니
추운 날 말고 오늘같이 좋은 날이길 바랍니다
Amazing Grace 가 마음속으로 불러지는 날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