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신발과 어른 신발의 만남
- 양희선 -
어린 시절 내 발에 지어진 별명은 항공모함
발이 커서 찾고 찾아도 만화신발 한번 못 신어봤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친구 엄마 왈
신발만 보고 어른이 왔나 했다네
어느 여름날
백설공주 만화신발을 신었을 법한
까만 하이힐 . 청바지. 긴 생머리를 한 아가씨를 만났네
비닐 우산 하나 쓰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는 추억도 만들었네
어려서 빨간구두. 찍찍이 신발을 신었다네
발이 예뻐 가끔씩 제화점 신발 샘플도 한다네
그런가 싶었는데...
기도하며 밥 먹는 모습 보기 전까지는.
점과 점이 만나 하나의 점이 되는 순간이 될줄은
하나님만 아셨다
내 이름은 희선 그녀 이름은 성희
느낌도 좋고 천생 연분 같다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 라며
어디가 믿음직 하다고
귀한 외동딸이 나만 믿고 이곳까지 왔노라 하였던가
그녀는 평강공주가 되기로 작정하고 나는 온달이 되어
딸 둘 아들 하나를 낳고 살았다네
세월이 많이 흘러
할머니 할아버지 되고
그녀는 더이상 찍찍이 신발도 빨간 구두도 하이힐 구두도
신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온달같은 바보 남자는
자기 삶을 맡기고 살아 준 그녀
믿고 따라온 평강같은 평강이 되어준 그녀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