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강물처럼 흐르고
- 양희선 -
날이 궂으면 몸이 쑤시고……
나 닮지 않은,
길건너집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아름다움을 뽐내더니 만
비 바람 심하게 불던 밤을 지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무슨일이 있었는지
어제 본 화사한 목련꽃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나무 밑에는 온통 하얀 꽃잎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목련은
겨우 며칠 아름답게 꽃을 피우려고
지난 일년을 비바람 맞고 눈보라 맞고 참았던가
길가의 모퉁이 노란꽃
돌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이름도 없는 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옛날 내가 살던 아담한 집에는
아직도 나의 추억들과 생각들이 머물고 있다
진한 향기를 풍기고 옹기종기 다정했던 튜울립과 작약꽃
늙었지만 빨래줄도 걸고 그늘도 되어주던 사과나무
색깔마다 울타리를 치던 개나리 진달래 꽃
고추도 심고 깻잎도 심고 토마토도 자랐던 작은 텃밭
송아지를 닮은 개 맥스가 낮잠을 즐기던 뒷마당이….
추억이 강물이 되어 흘러 넘치더니 눈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보고싶은 그리움,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등이
나자신에 대한 까닭모를 자괴감으로 자리를 잡는다
오늘도 길을 나서니
추억을 함께한 나의 오래된 여자친구가
창문을 두드리며 손을 흔들어 댄다
추억아
친구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