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체험 ⑤ 엄마의 겨울
글 : 김용복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1976년, 45년전 그 해도 추웠다.
1월, 그 날따라 매섭게 추웠다.
사법고시 1차를 다시 봐야 했다.
진해에서 해군 복무중이기에,
부산으로 시험보러 가야했다.
서울에서 엄마가 왔다.
판사 되는 시험에 한글도 쓸 줄 모르는 엄마가,
아들 시험을 가슴에 안고 왔다.
같이 진해에서 새벽 첫 버스로 부산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맨 길 위에 갈 데를 살피느라 있는 1-2분에도,
살을 파고 드는 새벽 추위에 가난한 두 몸은 얼고 있었다.
그 길가에 선술집이 모락 모락 김을 내고 있었다.
사람 두 셋 들어서면 꽉 찰 허름한 안으로 엄마 손을 붙잡고 들어갔다.
뜨겁게 데운 정종(옛날엔 그래 불렀다,
지금은 청주인가, 사께(sake) 라고 하지만),
두 잔을 시켰다.
조그만 잔이 아니라, 대포 큰 잔이었다.
아들은 하루 종일 추운데서 기다릴 엄마때문에,
엄마는 그 추위에 시험볼 아들때문에,
말 없이도 한 마음이 되어 뜨거운 술을 호호 불며 마셨다.
빈 속에 뜨거운 술이 몸을 따뜻하게 녹이기 시작했다.
다시 추운 새벽으로 나와 걸어 가는 발 걸음이 뿌뜻했다.
마음속이 가득했다.
십 여 년 전에 돌아가셔서 이제 그 손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엄마 산소를 내 팔을 벌려 안았을 때,
나는 아직도 막내 아들이고,
엄마는 아직도 미국 간 아들을 기다리는 그 엄마였다.
죽음과 살아 있음의 끊김도 엄마와 아들을 끊지 못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그 엄마에게 한 번도 못 한 말이 하고 싶다.
“엄마, 사랑해요!”
[편집자 주 : 2021년 11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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