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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그네스] 하나님이 갚아 주십니다

복음뉴스 0 2022.04.09 18:29

독자투고 - 하나님이 갚아 주십니다

글 : 전아그네스 집사 (뉴욕장로교회)


요즘 와서 자주 깜박거린다. 생각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걱정거리 마저 없어졌다. 젊은 시절 나는 유난히도 생각이 많았고 계획도 많았고 걱정 거리도 많았었는데, 그래서 나 자신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었는데, 느닷없이 오랬 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지난 날들을 기억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1963년 3월에 연대를 들어갔는데 그 해 가을 학기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 해야 했을 때, 서독에 학비 없이 간호 학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아무런 미련없이 누구와도 상의 하지 않고  무작정 서독으로 떠났다. 알고 있는 독일어는 고등 학교 때 제이 외국어 과목으로만 배운 것이 전부였는데, 나는 비행기 안에서 ‘물 한잔만 주세요’라는 문장을 독일어로 외우면서 떠났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어느덧 머리가 하얀 노인이 되어서 지난 날들을 기억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서독 간호 학교 system은 듣던 대로 잘 준비되어 있는 군대같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직 병원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오전에는 우선 독일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병원 일을 하게 했다. 병원 청소만 시키지 않았지 그 외는 다 해야하는 병원의 책임자로 키우려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함께 온 한국인이 가끔 능청을 부렸는데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아주 못마땅해 해서 그녀를 마음 먹고 혼을 내 줄 생각으로 “You are so dumb.” 그러자 그녀는 즉시“Thanks! You, you too”라고 받아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번역하면, “당신은 아주 바보군요”라는 말인데, 그녀의 대답은 “고맙습니다! 당신도 그러시군요”라고 받아친 것이었다. 그러자 그 사감 선생이 화가 나서 어찌 할 바 를 모르고 약이 오르는 것을 꾹 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아니 어쩌려고 그런 대답을 했어요? 그녀가 화가 치밀어 있었는데“그러자 그녀는 “그래요?”라며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기분 좋은 듯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 순간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즉시 알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녀는 나 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었다. 아주 재치있고 만만하지 않은 자신을 제대로 표현했던 그녀가 지금은 어디서 무엇하고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해 줄 말이 참으로 많은데….

 

인생이 길다면 참으로 긴데, 그러나 일장춘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이가 들고 세월을 많이 지나고 보니 인생은 일장춘몽이였어.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말 잊지 말아야 할 말 한마디... 그 친구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기회가 올까? 그 말은, 하나님은 갚아 주신다. 그어떤 감사도, 아주 작은 억울함도 갚아 주신다.

 

수요일 밤 우리는 성체강복을 마치고 나오시는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 복도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어느 성도가 신부님에게 두툼한 봉투를 하나 내밀며 “신부님께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써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봉투를 받으며 “하나님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 라셨다. 그 말씀에 나는 감명받았다. 그렇게 천주교 신자로 살다가 1977년 California Orange Korean Church의 부흥회에 참석했는데 그때 강사님이 김상복 목사님이셨는데, 그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하나님을 가로막고 있어서 여러 성도님들이 하나님을 똑바로 보지 못할까 봐 가장 두렵습니다. 예를들면 천주교는 너무 좋은 종교 예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좋은 예식이 너무 중요해서 하나님 말씀보다 더 위에 있어서 성도들이 우리 주님을 만나지못하는 때가 너무많습니다. 죽어서 천당에 갔는데 그때 주님을 만나면 무엇이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교회에서 하라는 법을 다 지켰습니다. 그것은 구원과 상관 없는 것입니다. 구원은 내가 하나님을 믿고 입으로 시인하는 것 뿐입니다.“

 

이 말씀이 그날 밤 나의 마음을 방망이로 두들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 일찍 깨어 새벽 예배에도 참석하고 나는 종교를 개종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서독으로 떠날 때도 미련없이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의 온 가족이 3대 째 천주교를 다녔었는데, 더욱이 나의 친할아버지는 영세를 받으실 때 동네분들에게 누구든지 영세를 받으실 분들께는 옷 한벌씩 해 주시겠다고 해서 동네분 중에서 더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영세를 받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선천에 있는 성당에서 신부님이 성체를 모시고 기차로 평안북도 용촌 우리집에 오셔서 마당에서 용촌에 사시는 분들과 나의 할아버지에게 영세를 베푼셨다고 하셨다. 물론 내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놀라운 우리 집안의 신앙의 고백을 듣고서 내 자신도 감격하고 황홀해 한 때도 있었는데, 나는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33년을 지켜온 천주교를 떠나 장로교의 신자로 살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장로교 신자로 열심히 교회 생활을 했다. 누구도 내가 천주교 신자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나의 이름을 듣고 혹시 천주교엘 다녔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40년 넘게 장로교회 신자로 살았는데 장로교 신앙 생활을 하면서 천주교의 아름다운 종교예식에 대한 그리움이 고향이 그리운 것같은 향수로 떠오를 때면, 그럴 때 마다 종교를 다시 바꿔야하는 고심을 하며기도를 했는데 갑자기 그 옛날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

 

이 말씀은 나에게 많은 위안과 나의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부터 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만 하면 된다. 하나님이 다 아시고 갚아 주실테니까라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을 만났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성경속에도이런 말씀이있다.

 

시편 91편 14-16절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 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 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그에게 응답 하리라 그들이 환난 당할 때에 내가 그와 함께 하여 저를 건지고 영화롭게 하리라 내가 그를 장수하게 하며 그를 만족하게 하며 나의 구원을 보이리라 하시도다

 

[편집자 주 : 2021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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