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이종식] 고 정필도 목사님을 기억하며

복음뉴스 0 2022.06.25 18:36

목회 이야기 13

제목 : 고 정필도 목사님을 기억하며  
글 : 이종식 목사(베이사이드장로교회)

 

나는 21살의 나이에 나성에 있던 총신 분교인 대회 신학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내가 그 학교를 입학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 이유는 나에게 ‘성경만이 틀림없는 진리다’라고 가르쳐 준 학교가 그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오직 성경’을 외치며 그 가르침을 따라 목회하고 있고 그 열매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신학교에 대한 또 다른 감사는 그 학교를 통해 내가 꿈꾸던 미국 신학교로 진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학교는 한국의 총신 분교였기에 내가 미국 신학교에 가겠다고 하니 총신의 이사장 되는 분과 학장 되는 목사님이 추천서를 써 주어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입학 허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꿈꾸던 미국 신학교에서 신학의 거장들을 만나 배움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학교를 통해 또 다른 감사를 하게 됨은 고 정필도 목사님을 목회의 스승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학교의 초청을 받아 내가 신학 대학 1학년 때 신학생 신앙 부흥회를 인도하였는데 나에게 많은 도전을 주었다. 특별히 그분은 나에게 몇 가지 중요한 목회 원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첫째는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은 집회에서 다음과 같은 간증을 하였다. 자신이 전도사 시절 개척 교회를 목회하게 되었는데 준비한 150명 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애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새벽에 여전도사 한 분이 교회당에 들어 오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전도사님, 이 예배실의 자리에 사람이 채워지려면 그렇게 기도해서는 안 됩니다. 이 자리에 사람들이 채워지게 하려면 의자 하나하나를 붙잡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냥 기도하면 안 되고 눈물을 떨어뜨리며 기도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분은 그 말을 순진하게 믿고 의자를 붙들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1년 만에 예배실의 의자에 사람들이 꽉 차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언제나 의자를 붙들고 기도하였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언제나 응답하셨다는 간증이었다.   

 

나는 그때 21살에 전도사가 되어 처음으로 맡게 된 학생부를 어떻게 할 줄 몰라 헤매고 있던 터였는데 그대로 실천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학생부엔 담임 목사님 자녀 둘만 있었는데 그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나는 영어를 모르니 참 난감할 때였다. 그래서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학생부가 예배드리는 자리에 가서 의자 20개를 펴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도하기를 학생들을 보내주시되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3개월 만에 그 자리가 다 차는 것이었다. 그것도 기도한 대로 한국에서 갓 이민 온 아이들로 다 채워진 것이었다. 그래서 영어만 하던 목사님 자녀들도 얼마 되지 않아 한국어를 쉽게 배워 농담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참 신기해 하며 그 자리에 의자 50개를 갖다 놓고 기도하였고 그 자리는 1년 만에 다 채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기도하는 의자가 늘어날수록 학생들로 다 채워지는 역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어디를 가든지 그 기도를 하였고 놀랍게 부흥이라는 것을 맛보는 특권을 갖게 되었다. 뉴욕에서 개척 교회를 시작하고서도 그 기도를 드렸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도를 매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결과는 준비된 의자가 다 채워져 교회당을 확장하게 되었고 3부까지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예배마다 가득 채워지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나는 이런 결과를 보며 나에게 참 좋은 것을 가르쳐 준 믿음의 선배인 정필도 목사님에게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그때 정필도 목사님에게 배운 것은 ‘2미터 원리’라는 목회 원리였다. 그 의미는 성도들을 대할 때 특별히 가깝게 대하는 사람이 없고 또 멀리 대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 두 사람만 너무 가깝게 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소외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다가가 적당한 거리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목사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는데 특별히 어렵고 힘든 성도를 주로 찾아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도 불평하는 자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목사가 특별히 어떤 사람에게만 가까이 대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편애하는 느낌을 주어 목회가 원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철저히 이 원리를 따라 성도들과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로 아프고 어려운 상황에서 기도를 요청하는 가정이나 나를 꼭 필요로 하는 성도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다. 내가 얼마나 이 원리를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는지는 나와 피를 나눈 형제들에게 대한 행동이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모든 성도들을 똑같은 거리에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형제들 집을 자주 찾는 일을 삼가 해 왔다. 그래서 다른 성도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형제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몇 년에 한 번 정도밖엔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지금도 나의 형제들의 집을 방문할 때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갈 수 있다. 이렇게 한 결과 그 누구도 목사가 누구와 특별히 가깝다는 비판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2미터 원리’는 예수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선한 목자는 양 99마리가 우리에 있는데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 산과 들로 양을 찾아 다닌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그것이다. 나를 따르는 교인이 99명이라도 한 명이 나를 떠나 멀리 있다면 선한 목사는 그 양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할 때 그 목장의 양들은 평안 중에 목자를 신뢰하게 되고 잘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좋은 목장이 되어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을 더욱 잘하게 될 것을 믿는 바이다.      

        

그다음으로 전도사 때 정필도 목사님을 통해 마음에 새긴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정필도 목사님은 신앙 부흥회에서 “교회는 목사만큼 큰다. 만일 교회가 목사보다 크면 목사는 쫓겨난다”고 말하였다. 어렸던 나는 그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교회는 목사만큼 큰다고 하니 먼저 나는 성경에만은 실력 있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생계를 위해 하던 세상 일은 그만두고 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에게 주는 적은 돈으로만 생활하며 공부만 하기로 결단하였다. 처음엔 책이 없어 성경 사전을 읽었고 나중엔 주석을 한 질 사서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더 이상 책을 살 수 없어서 서점에 가서 한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그 서점에 주인 되시는 장로님이 풍으로 쓰러지게 되어 서점을 문 닫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부인 되시는 권사님에게 전화가 오기를 장로님이 서점을 남에게 넘기기 전에 나에게 필요한 책을 다 주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서 밴을 빌려 그 서점의 거의 모든 책을 실어 오는 복을 받기도 했다. 권사님은 그날 다음과 같은 장로님의 말씀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전도사님, 장로님이 말씀하시기를 전도사님이 서점에 와서 책을 읽는 것을 보니 책이 꼭 필요한데 돈이 없어 살 수 없는 것 같으니 그 분에게 필요한 책을 다 주자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책방 한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책을 읽던 나를 귀히 여겨 그런 은혜를 베푸셨던 것이다. 이런 은혜로 나는 어린 전도사 시절부터 많은 책을 접하게 되었고 목회자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사가 된 후에도 배움의 길을 항상 갖고자 했다. 무슨 학위를 추구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 교회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대 40대에는 제자훈련이 끝나는 6월이 되면 석 달 동안을 무리해서라도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세미나에 참가하여 유명 목회학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실천신학으로 알려진 신학교를 찾아가 연장 교육을 받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목회학 박사 학위를 세 개 받을 정도로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안에서 이제 다닐 곳은 다 다녔다고 생각되었을 때부터는 유럽에 가서 공부하는 길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존스토트 목사님도 만나 지도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종교 개혁지를 다니며 종교개혁가들의 개혁 정신과 교리를 묵상하였고 나의 목회의 뿌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신앙적으로 사양길에 있는 유럽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이 볼 수 있는 목회의 길을 보게 되었고 앞날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배움에 충실한 목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목사인 나만큼 교회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신앙 수련회를 통해 정필도 목사님에게 배운 목회 정신은 교회에는 목사 외에 공로자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분은 그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분이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 누군가 무상으로 교회의 터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의 교회가 위치해 있는 그 자리인 것 같다. 그러니까 너무도 좋은 자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그 제안을 들으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이 우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제가 그 터 위에 교회당을 짓고 개척을 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그 땅을 준 사람은 그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다른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 목사님은 그렇게 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만일 그 땅을 준 사람이 교회에 나오면 자기는 그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자기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비전대로 목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분은 그런 말을 하면서 교회에는 목사 외에는 공로자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뜻은 교회는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되고 사명 있는 목사가 소신껏 목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교회엔 어떤 공로자도 없도록 힘썼다. 헌금을 내어도 누가 내었는지 모르게 하고 헌물을 해도 누가 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진행하게 하였다. 그 결과 우리 교회에서는 자기의 이름을 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은 없다. 다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고 헌금도 하고 봉사도 하게 되었다.   

 

내가 오늘 어린 나이에 가슴에 새겼던 이러한 목회 원리를 밝히는 것은 돌아가신 신앙의 선배로부터 받은 귀한 가르침을 나 혼자만 갖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손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필도 목사님도 이 모든 원리를 스스로 고안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간 누군가에 의하여 귀한 원리를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용하여 목회할 때 열매가 있어서 그 원리를 정리하여 후배들에게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배 되는 나도 역시 그것을 나의 목회에 적용한 후에 귀한 열매가 있으므로 그것을 나의 동역자 되고 후배 되는 목회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잘 한 일이 하나 있다면 누군가 성경적으로 목회하여 열매가 있다고 한다면 나도 해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나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정리하여 함께 나누려고 이 지면에 나의 목회 이야기를 써 내려 가고 있다. 그래서 목회지 곳곳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승전보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 2022년 6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3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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