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에 이름다운 이야기 11 - 밤 늦은 퇴근길의 깨달음에서 시작된 미디어금식 캠페인
글 : 조희창 목사 (낮은 울타리 미주본부 대표)
2004년 겨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잃어버리고 다른 것들이 주인공처럼 행세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낮은울타리’는 “잃어버린 크리스마스를 찾아서”라는 성탄절 문화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각 교회와 교계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며 절기 캠페인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2005년, 고난주간을 두 달여 앞두고 고난주간과 부활절에 대한 올바른 기독교적인 절기문화를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게 사역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길, 나도 모르게 계속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그것이 끝나면 라디오에 연결하며 잠시도 미디어를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사역자로서 미디어중독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나조차도 미디어에 매여서 살고 있구나.’ 그 깨달음과 더불어 한 해 전에 ‘낮은울타리’의 영상매거진 “N’zine”에 실렸던 문화금식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나 자신도 문화금식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계속해서 마치 필름이 돌아가듯이 여러 가지 생각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쏟아부어 주셨습니다.
“기독교 절기 중 예수님의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진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비해서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너무 그냥 지나가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난주간은 고난주간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다반사고, 부활절 아침에 부활절 달걀을 받으면 그제서야 “아 오늘이 부활절이구나 1년 참 빨리 가는구나” 그러고는 교회에서 나눠준 달걀만 맛있게 먹고 부활절 예배를 큰 의미 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부활절을 보내는 수많은 다음세대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그리고 사역을 하면서 모토로 삼게 되었던 “No Cross, No Crown”이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고통 없이 고난 없이 축복만 누리려는 요즘의 다음세대에게 고난은 성장과 축복을 가져오는 과정임을 고난주간에 참여함으로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이 있었기에, 부활의 영광이 있었음(No Cross, No Crown)을, 그 진리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세대를 고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미디어금식이 딱 적합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고난주간에 밥을 굶는 금식을 통해 고난에 깊이 참여한 후 부활절 아침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다음세대들은 이들이 밥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미디어를 금식하게 하면 그 확보된 시간만큼 더 하나님께도 나아가게 되고 또한 정말 고난에 참여하게 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평소에 너무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었던 다음세대들이 미디어를 절제하는 훈련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미디어금식 캠페인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캠페인 문구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캠페인 안내 문구를 정리해서 ‘낮은울타리’ 홈페이지와 다음카페(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고, 홈페이지에서 미디어금식에 대한 영상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에 대한 보도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금식에 대한 보도 자료가 나가자 각 기독언론사에서는 빠르게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CGN TV, CBS 등 각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다뤄졌습니다. 지금까지 문화사역을 하면서 보냈던 보도자료 중 가장 큰 반향이었습니다. 각 언론에 보도되면서 캠페인은 빠르게 전국교회로 알려지고 확산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고난주간과 부활절에 참여하지 못했던 다음세대로 하여금 고난주간과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참여하게 할 뿐 아니라, 미디어중독이 심각한 아이들에게는 미디어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더욱더 선한 방향으로 반향이 커져갔습니다.
다음 해부터 미디어금식 서약서와 포스터까지 만들어 보급하며 본격적으로 미디어금식 캠페인은 한국 전역의 교회들과 해외 한인교회까지 퍼져갔습니다.
2005년 미디어금식 캠페인을 시작한지 17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은 2007년 등장해서 이후 더 많은 중독을 낳고 있는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시키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더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팬데믹을 지나며 더 많은 중독자를 낳고 있는 이 시대 가운데 고난주간 미디어금식을 가족들과 또한 교회성도님들과 동참해 볼 것을 복음뉴스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미디어금식 기간에도 업무나 학업을 위한 미디어 사용은 가능합니다. 고난주간 한 주간을 먼저 시도해 보시고 그 유익을 경험하면 일주일에 하루를 정하거나 혹은 몇 달에 한 주 정도씩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미디어금식은 미디어를 내가 얼마나 과도하게 사용해왔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 시선의 우선순위를 미디어로부터 하나님과 가족들, 이웃들께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2022년 4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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