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산책 이야기 ⑩ 위기를 낭비하지 맙시다
글 : 양춘길 목사 (필그림선교교회)
“나는 위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위기가 제공하는 기회는 매우 좋아한다.” 이것은 영국 BBC 방송의 초대 회장이었던 존 리스 경이 종종 사람들과 나누었던 말이라고 한다.
유명한 심리학자 아들러(Alfred Adler)는 각기 한 팔을 잃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년 후, 그 중 한 사람은 이런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는 인생을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절망에 이른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팔이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하나님은 팔을 둘씩이나 주셨다며 의아해 했다. 한 팔을 잃은 것이 한 사람에게는 저주가 되었지만, 또 다른사람에게는 감사의 기회가 되었다.
내게 들이닥친 위기상황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진정 내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움과 고통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존 리스 경의 말처럼 위기는 또한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
여호수아서는 이렇게 시작된다.“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수1:1)
위대한 지도자 모세가 죽었다는 것은 이스 라엘 백성에게는 엄청난 위기상황이었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말씀에서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지시하신다-“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이 모든 백성과 더불어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그들 곧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그 땅으로가라.”(수1:2) 이렇게 시작된 여호수아서는 승리와 정복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모세의 대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지금까지 모세를 통해 만났던 하나님을 자신이 직접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도의 위기관리는 먼저 하나님을 믿는 나의 믿음과 마음자세를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모든 것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위기상황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안에 담겨있는 새로운 은혜와 축복의기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성장에 대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언제 가장 영적으로 성장하였는지, 영적 성장을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답을 하였다. 그 설문조사의 결과가 목회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의 영적 성장에 가장 많이 영향을 준 것은 지혜로운 가르침이나 능력 있는 설교가 아니었다. 소그룹 성경공부나 훌륭한 신앙 서적도 아니었고, 훌륭한 예배의식이나 보람 있는 사역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고난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질병이나 가족의 죽음, 고통이나 기타 위기상황을 지나면서 영적으로 가장 크게 깨우치고 신앙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답하였다. 그들은 영혼 깊은 곳에서 부르짖었던 열정적인 기도, 성경이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음에 와 닿으면서 적극적으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던 순간들은 다분히 고통과 위기의 과정을 지날 때였다고 고백한다.
고통과 위기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적성장을 이룬다면, 고통이나 위기를 창출해 내는 특별위원회가 교회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안건을 놓고 회의를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고통이나 위기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적절하게 주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들의 삶 속에 적절한 위기와 환난의 시기를 주어서 그 믿음과 영성이 성장하게 만들어가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도 바울은 이렇게 전한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 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3)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삶에 찾아온 위기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우리 안에 믿음의 인내, 성장의 연단, 보다 큰 소망을 이루게 하는 가치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을 피해가기만을 원하든지, 빨리 제거되기만을 바라는 삶의 자세는 영적 성장의 위기를 낭비하는 것이다. 오히려 나에게 닥친 위기를 하나님의 안목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과 인내로 대처해 나갈 때에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던 값진 영적 성장과 더 큰 은혜 안으로 이끄심을 받게 된다.
또한 위기는 상처입은 사람, 상한 심령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만져주고 치유 받게 해주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영적 성장을 이루게 해주는 섬김의 기회가 된다. 그러므로 고통과 어려움에 빠진 이웃에게 무관심한 것 또한 위기를 낭비하는 일이 되고 만다. 우리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시는” 분이시다. (마 12:20)
오늘 나는 나와 내 이웃에게 주어진 위기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조용히 생각해 본다.
[편집자 주 : 2022년 3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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