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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훈] 튤립과 믿음

복음뉴스 0 2022.04.15 15:28

 

쉼표 ⑤  튤립과 믿음
글 : 박시훈 목사 (뉴욕함께하는교회)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나라들에는 ‘24절기’ 라는 것이 있습니다. 24절기란 1 년, 즉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24로 나눈 것을 말합니다. 한 바퀴면 360도 그것을 24로 나눠 계절 변화를 표시했으니, 15일 간격으로 절기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입춘, 하지, 입추, 입동, 등등. 

 

그런데 솔직히 ‘24절기가 정확히 맞는다’ 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의 황하(黃河) 지역 날씨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그외 다른 곳의 계절 변화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뉴욕, 뉴 저지 일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에 더해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4절기가 잘 맞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미 지난 2월 3일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지만, 그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되었고,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는 그 주 주말에 폭설이 내렸으며, 2월 한 달 내내 겨울과 봄이 서로 다툼을 하듯 날씨가 오락가락했습니다. 어디서든 봄의 기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3월이 되면서 느껴지는 공기도, 햇살도,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습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계절의 변화는 ‘시간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느껴지는 봄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떠나서 저만이 봄이 왔음을 확신하게 되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저희 집 앞마당에 피는 튤립입니다. 매년 봄이 되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튤립이 올라오고 꽃을 아름답게 피웁니다. 심지도 가꾸지도 또 돌보지도 않았는데 거짓말처럼 매년 봄마다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었는데, 튤립이 ‘구근초’(다년초 중에서 알뿌리에 양분을 저장하고 겨울에 휴면 상태가 되는 종류를 일컫는다. 종류에 따라 해마다 갱신되거나 비대해지는 것이 있는데 튤립은 갱신되는 것에 속한다)라는 것을 알고 난 이 후로는 오히려 튤립이 피는 자리를 기억하고, 매년 3월쯤 되면 자꾸 눈길이 그쪽으로 향하며 꽃이 피길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마치 기다림에 보답하듯 튤립이 땅을 뚫고 올라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순간 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봄이 왔음을 확신합니다.

 

그렇게 튤립을 바라보다가 문뜩 ‘우리 믿음과 비교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그 변화 속에 현대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언젠가부터 종교는 구시대적이고, 연약하고 무능력한 존재들에게만 필요한 것인 양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곧 인간이 스스로 삶을 개척할 능력과 모든 것을 다스리고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왜 신과 믿음이 필요하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큰 인기를 끓었던 책 ‘호모 데우스(Homo Deus)’ 에서 작가인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고대인이 신들을 의지한 이유는 순전히 자기네가 살고 있던 세상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으나 그러나 이제는 인간에게 그런 통제력이 있다”며 종교와 신, 특별히 기독교의 하나님과 믿음의 불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2년 넘게 겪고 있는 ’코 로나-19 팬더믹 상황‘ 하나만 봐도 인간에게는 세상을 통제할 힘과 능력이 없으며, 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믿음의 필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믿음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생명력이 튤립을 살게 하고, 때를 따라 꽃을 피우게 하듯 믿음을 소유한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은 극명하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튤립과 연관 지어 믿음이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믿음은 인내하게 합니다.


튤립은 평균 일주일 정도 피었다가 집니다. 일주일을 제외한 일 년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땅속에서 보내는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살아 있으므로 긴 기다림을 인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믿음 그것도 살아있는 믿음을 소유하게 되면 어떤 일에도 환경과 상황에도 때를 기다리며 인내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이 가장 부족한 것이 인내심이고 그로 인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후회하게 되는 것들은요? 그러나 믿음은 우리에게 인내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야고보서 1장 3-4절)

 

2. 믿음은 어떤 환경도 극복하게 합니다. 

 

튤립은 오랜 기다림 가운데 인내함으로 꽃을 피우나 그것도 쉽게 되지 않습니다. 일 년 내내 척박한 땅속 환경과 맞서야 하고, 미쳐 다 녹지 않은 언 땅을 스스로 뚫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뿌리에 숨겨진 생명력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는 마치 언 땅처럼 삶과 가정을 짓누르고 답답하게 하고 절망스럽게 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믿음은 반드시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9장 23절)

 

3. 믿음은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입니다. 

 

튤립은 뿌리에 감춰진 생명력으로 인내하고, 환경을 극복하여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전혀 기대할 수 없던 메마른 땅 위에 아름다운 꽃으로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 안에 간직된 믿음, 그것도 살아 있는 믿음은 늘 내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됩니다. 요한복음 2장에는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예수님께서 그 문 제를 해결해 주신 은혜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연회장은 물로 만들어진 포도주를 맛보고 감탄했습니다. 그와 같이 믿음은 우리 삶에 놀라운 변화와 감동을 선물해 줍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장 1절)

 

캄캄한 밤중에 한 여행자가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작은 나뭇가지를 잡았고, 매달려서 겁에 질려 소리치기 시작했다. “거기 위에 누구 없어요? 누가 날 좀 구해줘요!” 그러자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여기 있다. 나는 너의 하나님이다” “하나님 거기 계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자는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하나님 저를 살려주세요.” 하나님이 대답했다. “구해 주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넌 나를 믿느냐?” “하나님 제가 확실히 믿습니다.” “정말 날 믿는다면 그 나뭇가지에서 손을 놓아라” 한참 동안 여행자는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소리쳤다. “거기 위에 하나님 말고 다른 분 없습니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자신 안에 간직된 믿음을 의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눈에 보이는 세상과 사람들을 더욱 의지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마치 가까스로 매달려 있으나 정작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연약한 나뭇가지와 같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라기는 실제 봄이 시작되는 3 월, 모든 것을 인내하고 극복함으로 때를 맞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튤립을 바라보며,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종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자연 만물을 바라보며, 우리 각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점검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믿음이 없는 분들은 튤립 안에 감춰진 생명력이 만들어 내는 긍정적 변화와 영향을 생각하며 믿음을 소유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 니다. 그렇게 모두가 믿음으로 살아가게 되어 마치 차가운 겨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튤립처럼 내 안에 살아 있는 믿음이 오늘 우리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완전히 뒤바꾸는 능력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 니다

 

[편집자 주 : 2022년 3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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