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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토끼풀을 뽑으며

복음뉴스 0 2022.08.13 08:49

제목 : 토끼풀을 뽑으며

: 김혜영 목사 (RN @Jaisohn Medical Center)

 

어느 날 보니, 푸르고 푸르러야 할 잔디밭이 하얗다. 토끼풀에 의해 잔디밭이 하얀 꽃밭이 되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토끼풀만이 아니다. 약을 뿌린지가 언제였나 생각하며 뿌릴 약을 사들고 와서 자세히 읽어보니, 주기적으로 약을 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주기적으로 뿌리지 않으면 다시 생긴다는 말처럼 들렸다. 모든 것이 그렇듯 뿌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토끼풀을 뽑아보니 긴 줄로 계속 연결되어있다. 재밌기도 하고 약을 뿌리더라도 토끼풀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소용없겠다 싶어 그 날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토끼풀의 뿌리를 뽑아내고 있다.

 

자연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들이다. 자연은 창조주의 생각과 바람대로 순응하며 자기 몫을 잘 감당해낸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가 얼마나 많은가?

토끼풀은 그 자체로 예쁘다. 그런데 문제는 있지 말아야 할 자리에 있기에 뽑힘을 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인위적인 플랜 속에서 어떤 것은 있어야 하고 어떤 것은 있지 말아야 함을 정하기에 토끼풀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어우러짐과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토끼풀의 확장력은 대단하다. 보통의 식물처럼 심겨진 자리에만 뿌리를 내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땅속으로 줄기를 뻗어가며 자란다. 토끼풀 같은 내가 스스로 괜찮아 보이고 능력과 학식과 재주를 겸비했다고 자부하며, 열심과 최선을 다한 결과 잔디밭을 토기풀밭으로 만들고 있다면, 주인에 의해 뽑힘을 받는 것을 부당하다 말할 수 있을까? 왜 내 열심과 최선을 알아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것이 마땅할까?

 

산책길에 이웃집들 잔디를 살펴본다. 잡초하나 없이 푸른 잔디밭도 있고, 잔디밭이라기 보단 잡초밭이라고 봐야 하는 곳도 있고. 푸른 잔디 군데 군데 토끼풀이 자리 잡기 시작한 곳도 있다. 토끼풀이 그득한 잔디밭엔 다른 잡초들도 더불어 산다. 토끼풀이 이 지경으로 잔디밭을 점령하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처음 조금 생겼을 때 조치를 취했다면..하는 후회와 함께 아직 제거하지 못한 토끼풀들과 토끼풀이 제거된 깨끗한 잔디밭을 둘러본다. 잔디밭속의 토끼풀을 보았으나, 그냥 지나친 나의 무심함이다. 토끼풀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이다.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토끼풀을 바로 제거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다

 

푸르고 건강한 잔디밭을 위해서 아무리 좋은 잔디 씨를 뿌린다 해도, 토끼풀과 잡초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세상이치도 그렇듯, 나쁜 것은 먼저 그 뿌리 채 없애야 함이 맞다. 구원을 받은 후, 하나님은 우리를 예수님 닮게 양육하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경건치 않은 모든 것과 이 세상 정욕을 다 버리고 근신함과 의로움과 경건함으로 이 세상에서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양육하신다(딤전2:11-12).

 

부모는 자식을 입히고 먹이고 교육시킨다. 또한 징계도 하고 명령도 한다. 나쁜 친구들과의 관계도 끊으라 하고, 나쁜 습관들도 고치라고 잔소리를 한다. 부모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선택과 행동은 자식 본인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양육하신다. 말씀과 성령님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옳지 못한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어디는 가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와 관계를 맺어야 하고 누구와는 관계를 끊어야 하는지를 가르치신다.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 또한 스스로의 몫이다.하나님은 우리를 푸른 잔디밭처럼 아름답게 계획하셨다. 구원받고 말씀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고 아무렇지 않았던 토끼풀과 잡초들이 이제 보이기 시작하고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그런 토끼풀과 잡초들을 그냥 무시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내 책임일까? 하나님 책임일까? 뽑아내지 않으면 결국 점령 된다. 뽑아내는 수고는 결국은 나를 위함이다.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이냐 곧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그의 모든 도를 행하고 그를 사랑하며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고 내가 오늘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 (신명기 10:12-13)”

 

부모가 자녀를 양육함이 부모를 위함인가? 물론 자녀가 잘되면 부모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결국 자녀를 위한 일 아닌가? 부모가 가장 기쁠 땐 자녀가 행복할 때이다. 하나님 마음도 같다.

오늘도 토끼풀을 뽑아가며 기도한다. “주님, 제 안의 깊고 길게 뿌리 내린 경건치 못한 모든 것들과 이 세상을 향한 모든 정욕을 다 버리게 도와주세요.”  

 

* 2022년 8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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