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알고 있어야 할 교회론 (4) - 교회가 가지고 있어야 할 방향과 성격
글 : 한준희 목사( 뉴욕 성원장로교회)
뉴욕교회협의회의 큰 행사는 할렐루야 복음화대회이다. 이번에도 큰 행사답게 광고도 많이 하고 준비하는 일에 열심을 내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자체적으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평한다. 또한 그 전 달에는 교협 사상 최초로 30명이 넘는 선교사들을 초청해 선교대회라고 하는 행사를 성대하게 치루었다. 박수를 보낼만한 행사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과연 그 행사가 하나님나라 건설에 무엇을, 어떻게, 어떤 형태로 기여하였는지 조금 의심스럽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하나님나라라는 왕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와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행사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바로 교회가 가지고 있어야 할 방향과 성격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여진다.
교회는 하나님나라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님나라는 아니지만 하나님나라와 직결되어져 있는 아주 특별한 훈련 장소라고 말씀드렸었다.
그럼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이루어야 할 성격은 무엇일까? 바로 순종이라는 것이다. 왜 순종이 교회의 성격일까? 예수님께서는 교회의 기초이시다. 교회의 모퉁이돌이 되신다고 하셨다. 즉 교회를 세우기 위한 예수님의 모습 속에는 순종이라는 죽으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나라 건설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교회가 가지고 있어야 할 내용과 본질은 순종이 그 바탕인 것이다.
교회가 신앙의 핵심을 선교대회나 할렐루야 대회라는 행사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얼마나 열심을 내었느냐, 얼마나 인원을 동원하였느냐, 임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기도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으로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진심과 열심을 총동원해 단합하여 이루어내는 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명분 아래 인간의 능력을 총동원시킨 것 외에 진정한 교회의 본질을 이룬 행사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모든 행사에는, 모든 교회 모임에는 그 기초가 순종이다, 교회가 세상 단체와 다른 것은 순종을 훈련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순종의 본질들을 보자면 “누구든지 대접을 받으려거든 먼저 대접하라”,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라”, “높아지려거든 스스로 낮아져라“, ”살고자 하는 자는 죽어라”분명히 주님의 명령들인데 이 명령은 순종하는 하나님백성으로써의 본질을 극명하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상이 요구하는 차원과는 정반대되는 요구들인데 그 요구에 하나님의 백성들은 부르심을 받고 들어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일반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훈련받는 사람들이 교회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치루어졌던 행사들이 바로 이 본질을 놓치고 사람이 얼마나 동원되었느냐, 얼마나 열심을 내어 행사를 준비했느냐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얼마나 교회의 본질과 방향이 잘못되었느냐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왜 교회의 성격과 방향이 순종이어야 하느냐는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섬기는 일은 내가 죽어져야 하고 내가 낮아져야 하는 일이다. 내가 남을 위해 섬겨주는 일이 바로 주님이 죽으심으로 본을 보이신 교회의 방향인 것이기 때문이다.
속옷을 달라 하면 겉옷까지 내어주고, 오른 뺨을 치거든 왼편 뺨을 돌려대고,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십리를 동행하는 사람,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 그 훈련을 이루는 곳이 교회인 것이다, 이런 훈련은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세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교회에서는 목사가 똑똑하여 왜 왼뺨을 돌려대느냐, 왜 원수를 사랑하느냐 그 당위성을 조리있게 설명하는 목사보다 묵묵히 왼뺨을 맞아주는 사람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와 원리를 따지고, 정당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가장 교회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교회는 주님의 죽으심에 순종과 섬기심에 방향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이 방향을 놓치면 교회는 이미 하나님나라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은 격이 되는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마지막 유언 같은 말씀을 하셨다. 주님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셨다고 하셨다. 그러니 너희는 모든 족속을 제자삼아 세례를 주고 내가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28:18-20) 그러시면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셨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왜 모든 권세를 가지신 분이, 죽은 자를 살리시고, 바다를 잔잔케 하시는 분이 왜 제자들에게 가서 세례를 주고 제자를 삼으라 했겠는가? 주님께서 직접 하시면 될 일 아닌가? 왜 구태여 제자들을 보내어 더 신경 쓰게 되고, 더 제자들을 간섭해야 하고, 일일이 함께 해 주어야 할 제자들에게 왜 이 같은 명령을 하셨겠는가 말이다. 분명히 주님께서 혼자 하실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제자들을 보내신 이유는 성공과 실패의 유무를 떠나 그 명령에 얼마나 순종하였느냐 하는 본질을 요구하신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교회의 최고의 덕목은 순교이다. 왜냐하면 순교는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내신 주님께 순종했다는 최고의 충성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8)
* 2022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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