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답사
글 : 양춘길 목사(필그림선교교회)
“훗날 우리가 와야 할 곳에 먼저 다녀가는 것이지” 하며 요양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한국요양원에 계시는 필그림 식구들을 심방하고 돌아서며 동행한 교역자들과 나눈 이야기다. 병동과 요양원에 계시는 권사님들, 할머니들을 오랜만에 찾아가 위로하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모두가 무척 기뻐하시며 고마워 하셨다. “목사님, 바쁜데 뭐 여기까지 오셨어요?” 하고 말씀하실 때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방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 .
도달하는 시간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어차피 내가 가야 할 곳이라면 미리 방문해 두는 것이 준비에 도움이 된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기 위해 행사장소를 미리 답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건강의 기준이 달랐다. 혼자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스스로 식사를 하실 수만 있어도 건강한 축에 속한다. 나이의 기준도 달라서 80세는 젊은이에 속한다고 한다. 요양원 안에는 바깥 세상과는 다른 가치기준, 생활 방법, 대화내용이 있음을 보았다. 자주 다녀갈수록 이해가 깊어지고 적응도 될 것이다.
성경은 지혜로운 자의 모습을 이렇게 이야기 해준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전도서 7:2) 장례식에 가는 것 또한 내가 가야 할 길을 미리 답사하는 일이 된다. 나의 장례식에서 내가 누워있을 자리, 그 곳에 세워질 나의 초상화와 읽혀질 “고인의 약력”, 나와 맺었던 관계로 인해 그 자리에 참석할 사람들, 그리고 내 가족들이 앉을 유가족석 등을 답사하노라면. . . “고인이 평생 즐겨 부르던 것”이라며 나의 장례식에서 모두가 함께 불러줄 찬송가 한 장 정도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답사를 마치고 돌아설 때면, “하나님이 오늘 나를 불러 가시면 나는 저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인해 삶의 옷깃을 새롭게 여미게 된다.
요양원을 다녀온 후 “당신이 만나게 될 노인”이라는 글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다음은 Richard C. Halverson 목사님이 쓴 이 글의 한 부분이다.
“당신은 언젠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에 놓인 길을 가다가 - 10, 20, 30 년 후에 -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떠한 노인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는가? 이것은 참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그는 과거에 많은 사람들의 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기에, 그들로부터 “당신이야 말로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칭송을 받는 온화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또한 기품이 있는 노인일 수 있다. 아니면, 그는 생에 유감이 많고 무미건조하며 남을 칭찬하는 일이란 전혀 없는, 그래서 친구도 없이 외롭고 마음이 비뚤어진 노인일 수도 있다. 당신이 장차 어떤 노인을 만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왜냐하면 그 노인은 바로 당신 자신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그 노인상은 매일매일 당신의 삶 속에서 당신이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그의 마음은 당신의 태도에 의해 당신이 만들어 놓은 형태를 따라 정해질 것이다. 그의 가슴은 당신이 담아가는 것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모든 세심한 생각과 행동들이 미래의 노인상을 만들어 가는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요양원에 계시는 필그림 식구들은 모두 할머니들이었고 요양원 전체적으로도 할머니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그렇다면 남편으로서 내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또 다른 것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 2022년 9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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