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울타리 넓히기
글 : 양춘길 목사 (필그림선교교회)
불법, 인종차별, 폭동, 파괴, 약탈, 그리고 살해 -- 30년 전 4월 2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동이 터진 후 수일 간 모든 뉴스의 내용을 장식했던 단어들이다. 충격, 두려움, 무기력감, 좌절, 분노와 증오 그리고 증오와 분노 그리고 또 분노에 분노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LA폭동은 당시 청년이었던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 4명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촉발됐다. LA 폭동으로 수많은 자동차가 파손되고 상점들이 불에 탔으며, 55명이 사망하고 2,300명이 부상했으며 건물 1,500채가 파괴되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1명이 한인 젊은이였고, 피해 업소 1만 여개 가운데 2천800여개가 한인 업소였다. 전체 피해액 7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 달러의 피해가 한인 몫이었다.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폭동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따라 이 땅에 온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 한탄하며 후회하기도 했고, 인종간의 화합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생각이었나 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 LA 한인사회는 그 엄청난 피해, 정신적 충격, 미국정부의 방관, 미국 주류언론의 무시를 다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여 뛰어난 이민자의 모습을 보여 주며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피해와 아픔을 통하여 우리는 한인 정치력 신장의 절대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단일민족의 허구성에서 깨어나 다인종, 다민족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우쳤다. LA 폭동이 우리에게 남겨 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인종차별과 미움에서 비롯되는 무서운 파괴력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차별대우하며,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되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미움과 증오로 발전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에 좋은 나라라고 여겨졌던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당시의 로드니 킹, 폭도들, 피해자들, 백인들, 흑인들 그리고 우리 한인 모두가 다 피해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좀처럼 제거되지 않고 있는 인종차별과 미움으로 인해 남에게 해를 끼치고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죄악을 범하였고 또 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화가 전해지고 있다. 전쟁 중에 한 병사가 사망했다. 그의 두 친구는 죽은 친구의 시신을 제대로 안장해 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들은 가까운 마을에 있는 묘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묘지였다. 두 친구가 묘지를 관리하고 있는 교회의 신부를 찾아가 그 교회의 묘지에 친구를 안장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죽은 친구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이었다. 크게 실망하는 두 친구를 본 신부는 교회묘지 울타리 밖 가까운 곳에 시신을 묻도록 허락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고 돌아갔다. 얼마 후, 그들이 친구의 무덤을 다시 찾아왔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결국 다시 그 교회의 신부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신부가 그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들이 친구를 안장하고 돌아간 날 밤에 신부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교회묘지 울타리 밖에 묻게 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어나 그 친구 병사의 무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울타리를 옮겼다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울타리를 옮겨 우리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 죄로 인하여 심판과 사망에 처한 우리들이 은혜와 생명이신 주님 안에 들어오게 해 주셨다. 오늘 우리의 울타리는 어떻게 세워져 있는가?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 .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 (마 22:37-39)
우리는 우리가 있기 원하는 그 울타리 안에 이웃을 포함시키고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 삶의 울타리가 점점 더 넓혀 질 수 있기를 원하신다. 우리 가정의 울타리가 점점 더 넓혀져서 우리의 이웃을 사랑으로 품고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이 되기를 원하신다.
[편집자 주 : 2022년 7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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